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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서수필 2/4다마 계룡산

(엽서수필 2) 43. 바늘과 실

“4다마 계룡산

43. 바늘과 실

이영백

 

 흔히 사람 입에 설마 거미줄 치랴고 하였다. 그러나 세대주가 아무런 일을 하지 못하면 제 식구 건사하는데 거미줄 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그나마 초등학교 교사로 발령받아 국가가 망하지 않는 한 봉급을 받을 수 있으니 식구 배곯고 살지는 아니할 것이라고 장인에게 장담했다.

 바늘에 실 갖고 다녀야 갑자기 떨어진 단추를 꿰맬 수 있을 것이다. 이 말은 곧 그만큼 만사 불여튼튼 안전준비가 되어야할 것이다. 그 후로는 바늘에 실을 함께 갖추고 그렇게 나다녔다.

 초등학교 교사생활을 하면서 곰곰이 생각하였다. 경력이 일천한 사람에게는 표창장을 받을 수 없다. 수십 년 경력을 갖추어야 겨우 표창장 내신을 낼 수 있을 정도인데 바로 시작한 난 신참교사로 언감생심(焉敢生心)이었다. 우연히 도서정리를 하면서 교육자료전 도록을 보았다. 그 속에는 교사로서 공부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고, 교육 자료를 개발하면 상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표창장은 경력이고, 상장은 노력이었다.

 초보교사 생활 1년이 지나고 인쇄매체 워크북(Work-book, 배움책)개발로 시도에서 수상하고, 연속으로 해마다 학습 자료를 개발하였다. 또 아이디어 전시회에서 지도상, 원고투고 특상 등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상장을 거듭 받았다. 8년 동안에 11장이었다.

 초등학교 교사직을 버리고 학부편입을 하였다. 동시에 도회지 전문대학 행정직 7급으로 전직하여 주근야독으로 공부하였다. 학부 마치고 전문대학원에 적을 걸쳐 교육학석사학위를 받았다. 그러나 호사다마였다.

 봉급으로 생활은 넉넉하였으나 부족한 공부를 더하여야 하는데 중도에서 그치고 있었다. 중등의 현장으로 나가려고 하니 봉급이 뒤를 따라주지 못하고, 박사과정을 가려니 행정직을 그만두어야 하는데 얼른 결정을 못하였다. 그만 딜레마에 빠지고 말았다. 바늘에 실이 따라 주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였다. 그만 학문은 포기하고 말았다. 그대로 멈추고 말았다.

 실과 바늘은 늘 함께 하여야 할 것인데 하나가 부족하였다. 공부하려면 돈이 있어야 할 것이고, 돈을 안 벌려니 생활이 암담하고 바늘과 실이 함께하지 못하였다. 평생의 목표를 포기하고 말았다. 바늘과 실이 뭣인고?

(20201010. 임산부의 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