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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성인)푸른 숲 수필가·20100/인생수필, 수필인생

프롤로그 - 청림의 "인생수필, 수필인생"을 시작하며

2019년 4월부터 청림은

"인생수필, 수필인생"을 연재 한다.


결과적으로 보면 인생도 수필처럼 이어가고, 나의 인생은 곧 수필로써 인생을 살아간다.


인   생

                                                                                청림숲힐


 인생은 무엇인가? 인간으로 태어나서 가난하고 비렁뱅이로 태어나 그렇게 생을 시작하였다.

 남이 다 가는 중학교를 가지 못해 2년동안 초교 입학 전 다녔던 서당(書堂)을 잊지 못하고 다녔다. 서당 공부 고작 15분이면 끝이었다. 훈장 앞에 꿇어앉아 전날 배웠던 문장 암송하고, 오늘 배울 문장 낱글자부터 배우고, 문장을 낭송하고, 문장을 해석하고 그리곤 지난 신문지에 진한 먹을 갈아 어려운 한문 문장을 쓴다. 그리고 다리 펴고 훈장님께 허리굽혀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마당에 나와 바쳐 둔 지게 짊어지고 일터로 나간 것이다.

 파노라마처럼 펼치면 하루 종일 일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것은 서당을 들어갈 때 지게를 지고 갔기에 바로 들판 도랑, 둔덕을 찾아 쇠풀을 베고 바지게 가득 지고 집으로 간다. 아버지의 칭찬에 힘이 나서 곧장 집에서 다시 산으로 나무하러 간다. 오전  나무 끝나고 시커먼 보리밥에 덜 으깨어진 굵은 콩이 그대로 보이는 된장에 풋고추 찍어 점심을 해결하고 잠시 쉴 틈도 없이 또 지게 지고 산으로 간다. 갈비를 너나 없이 너무 많이 긁어 갔기에 소나무 밑에 솔갈비가 없다. 이제 햇갈비는 노란 색이다. 갈퀴를 힘껏 잡고 떨어지지 않은 솔갈비를 쳐 모은다. 샛노란 솔갈비 색상이 너무 아린다. 그렇게 한 짐 만들어 집으로 오는 동안 저 멀리서 통학기차에서 내리는 중, 고등학생들이 김밥 터지듯 쏟아져 나온다. 나는 가던 길 부끄러워 지게 받쳐 두고 언덕 밑으로 숨는다. 남여 중. 고학생들이 줄지어 집으로 간다. 미래의 나라기둥 되려고 열심히 신학문을 배우러 다니는데, 나는 새카만 한자 글씨만 수북한 명심보감, 소학, 통감 등 책으로 학문을 배웠다.

 집에 돌아오면 곧장 일상 일들이 줄을 선다. 해가 질 무렵이면 종일 마당에 놀던 닭들의 닭장 문을 열고 홰를 놓아 높이 들어가도록 한다. 납닥발이(삵)나 고양이들이 닭을 해치지 못하도록 처마밑 벽 위에 닭장을 달아 놓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고 하루 종일 무료히 놀아 줄 사람 없었던 매리와 라시 우리 집 개들은 같이 놀아 달라고 달라 붙는다. 마당에 늘어 놓았던 외양간 거름이 어지간히 마르면 한 곳에 모아 거름 준비를 한다. 거름 무더기가 곧 다음 해 농사 지을 자연퇴비가 된다. 11마리 소들은 외양간이 길게 지었기 망정이지 그렇지 않으면 모두 수용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늦은 저녁 큰 채 처마에 남폿불이 매달리고, 스물여명 우리 식구(머슴 셋, 과객 여남은 명 등)들이 한 자리에 모여 하루 종일 일한 댓가처럼 밥을 먹는다. 당시는 개인 밥상에 모두 차려서 내었다. 소반에 잔칫집 마냥 수저를 놓고, 간장 종지기는 필수요, 끓인 된장도 고루 분배가 된다. 특히 밥하면서 밥 위에 얹어 밥물로 만든 장떡은 누구든 좋아하는 반찬이었다. 밥, 국그릇은 필수요, 무 썰어 넣고 큰 멸치 넣어 만든 반찬도 모두 좋아 하였다. 톳무침, 갈치조림, 김치 보시기 등 놓이는 반찬이 수를 놓았다. 누구나 우리집 밥상을 좋아하였다. 

 그렇게 모두 밥상이 물러나면 마당 멍석에 드러누워 은가루를 뿌린 하얀 은하수를 쳐다 보며 별자리 공부를 하였다. 간혹 지나가는 길손으로 우리 집 매리와 라시는 컹컹 짖어 주어서 밥값을 한다. 여러 마리 외양간 소들 중에 누렁이 황소는 기분 좋게 또 크게 울어 준다. 그렇게 송계댁 집안은 행복을 키워 가면서 밤을 맞이한다.

 나는 잠자리 들기 전에 서당에서 배운 문장을 독습하고 강의록을 펼쳐 들었다. 그렇게 신학문을 독학으로 배웠다. 꼬부랑 글자인 영어(英語) 문장에 흠뻑 정신 팔렸다. 아버지 몰래 공부하느라 문에다 담요를 걸치고 불이 새나가지 못하도록 하여 공부를 하였다. 어머니는 내가 책상에 팔베고 잠든 사이에 계란 한 개 두고 가셨다. 다시 잠깨어 계란 깨어 먹고 공부를 코피가 나도록 하였다. 나는 어린날 그렇게 살았다. 내 인생을 돌아 보면 참 기특(?)도 하였다. 독학으로 공부하여 지방 K고등학교에 합격하였다.     

 나는 더욱 신이 나서 부모님에게 돈 한 푼 안 받고도 아르바이트, 가정교사를 하면서 고교를 졸업하였다.

 내 인생에서 푸른 나날들이 얼마나 나를 잠 못들게 하였든가 시애틀도 아닌데 말이다. 그래서 나의 인생은 수필처럼 시작되었다.

*(청림숲힐/2019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