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시 |
251. 고목枯木
이영백
cheonglim03@hanmail.net
정말 어려운 일이
고목枯木*에 꽃 피우기다.
동구 밖 입구에 고목이 서 있다.
고목은 우리 마을에서
봄이면 죽은 척 하다가 다시 잎이 피어 희망을 주었고,
여름이면 마을에 그늘을 만들어 주었고,
가을이면 열매 맺어 까치밥이라도 하나 달아 주었고,
겨울이면 마을의 장승백이가 되어서 지켰네.
고목에 울고 웃던 시절이 있었다.
고목도 고목이 되기 전에는
성목成木이었다.
동네 처녀들이 차례로 총각을 만나고,
연애를 지켜 봐 주었고,
누구라도 넘겨다 볼 때면 그 큰 옷으로 감싸 숨겼네.
일제침략기 젊은이를 차출하려 할 때
동네 젊은이가 성목에 올라가 숨겨서 살았지.
이제 고목에도 시래운도時來運到*다.
고목에 꽃 피운다.
고목은 고목으로서 운치를 주고
마치 늙은이가 마을을 지키듯 오늘도 동구 밖에 서 있다.
고목에 꽃 피우기가 가장 어려운 줄 알면서도 기도드린다.
(푸른 숲/20100. 20130918. 추석 전일에)
*고목枯木 : 말라 죽은 나무.
*시래운도時來運到 : 때가 되어 운이 돌아 옴.
* 내 고향 : 경북 경주慶州시 시래時來동.
출처 : 푸른 숲/20100
글쓴이 : 62seonsang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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