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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성인)푸른 숲 수필가·20100/청림수필집·이군훈의 단풍하사

[스크랩] (푸른 숲 제8수필집)이군훈의 단풍하사-43.RNTC후보생의 오발

신작수필

43. RNTC후보생의 오발

이 영백

cafe.daum.net/purnsup

 

 RNTC훈병 2년차 입영훈련은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훈련이 나날이 몸에 배어서 잘 진행되어 갔다. 야외교장 와룡산에서 동쪽으로만 쳐다보아도 마치 훈련을 빨리 마치고 어서 집으로 오라는 듯 손짓을 자꾸 한다.

 확실히 1년차 입영훈련하고 다른 것이 아무 것도 모르고 하던 훈련은 처음에는 두렵고, 신경 써 가면서 정말로 잘 해 내려고 아니 죽지 않으려고 부지런히 정신 차리고 무엇이라도 해 내었다. 2년차가 되었고, 군사 훈련도 많이 하여서 사격술에 대하여서는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생각된다.

 훈련 장소가 멀리 떨어진 곳이 아닌 지역 향토사단이라서 자꾸 눈에 보이는 것이 내가 살던 집이요, 안락한 집이 어른거리는 것은 사실이었다. 게다가 2년차가 되면서 훈련에서도 자치적으로 운영되는 것이 많아서 자율생활에 자율훈련이 자칫하면 정신적으로 해이解弛하면 안 되다는 것을 자의식은 늘 하고 있었다.

 문교부 당국에서 매일 공문서가 오고 있는 것이 여전하였다. 일부 교관들이 오늘도 문교부 협조공문이 와서 교육 전에 읽어야 한다고 투덜대신다. 그것도 그럴 것이 우리를 훈련시켜 어디 파견할 것도 아니요, 현역으로 복무시킬 것도 아니니 국가적 차원에서는 미래의 국민 기초교육을 맡을 초등학교 교사를 맡아야 할 사람들로 교육 전에 최대한 안전교육을 생각하고 훈련을 하라고 하니 사실 교관들도 짜증스럽기는 할 것이다.

 당시 교육대학에 남학생은 겨우 4반 160여 명 뿐이다. 절대로 남학생이 부족하였다. 지원자가 1/3정도로 남학생이 귀하기 시작하는 시대이었다. 당시는 특히 남자로서 초교 교사를 한다는 것이 째째해 보이기도 한 모양이었던지, 교육대학 지원자가 절대 부족하였다. 여북했으면 교육대학에 군 현역복무 면제를 한다 해도 겨우 남학생 1/3을 채울 뿐이었다. 교육대학 학생들에게 사도장학금(당시 6개월에 8,000원)까지 주게 되었는가 말이다.

 아침을 먹고 야외교장에 나왔는데 오늘은 M1 사격射擊이었다. 사격을 준비하고 있는데 또 무슨 연락이 왔던 모양이었다. 갑자기 집합을 하고서 전달사항이 있었다.

 오늘은 특히 교육관련 미국 고문단들이 미래의 교사들이 될 우리 학생대 RNTC하사관후보생 군사교육 현황을 둘러보러 온다고 하였다. 이러한 일로 오늘은 더욱 정신을 차리고 교육에 임하도록 명령이 떨어지고 우리들도 이에 정신 바짝 차리고 준비를 단단히 하라고 일러 주었다.

오전 훈련에 들어갔다. 팀별로 사격자세 연습과 가늠자 조정 훈련, 사격하는 팀 등으로 배치되었다. 마침 전날 비가 와서 땅 바닥에 비가 젖어 있었다. 사격자세는 거개가 서서 쏴를 하여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가늠자 조정 훈련팀은 하릴 없이 그저 M1 소총만 수입하고 있을 뿐이었다. 사격팀은 일렬로 서서 탄알 10발씩 받아서 2열로 사수, 조수 역할을 번갈아 가면서 사격에 임했다. 200야드는 조준만 잘하면 사격이 백발백중이었다.

 사격 사선射線에 들어서면 사람들이 모두가 긴장하게 된다. 마치 사선死線에 선듯하다. 특히 이를 관리하는 교관은 교범에 맞춰서 사격 통제를 잘 하여야 하고, 또 조교들은 순간의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하여 군데군데 대기하여서 만반의 준비를 하였다.

“사수! 엎드려 쏴!”

“엎드려 쏴!”

라고 교관 구령에 따라 복창한다.

“안전 자물쇠 풀고, 준비된 사수로부터 사격 개시!”

“사격개시!”

 조준과 동시에 성질이 급한 훈병은 구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그대로 격발을 하고 만다. 이어서 연속으로 “탕∼!, 타당∼탕!” 총성이 사격장을 울려 댄다. 10발 사격을 하는 동안 조수는 탄피가 어디로 가는지를 엎드려서 살펴 두어야 한다.

“사격 종료! 표적 확인바랍니다.”

점수를 확인한 후 바로 이어서,

“사수 조수! 임무 교대!”

 임무 교대로 사격이 모두 끝나고 총구銃口를 항상 하늘을 향하게 하고 사선에서 내려와 탄피를 반납하며, 다시 총의 탄알확인을 하고 격발을 하면, 사격이 끝나는 것이다. 이런 안전 절차를 모두 꼭 거쳐야 한다.

 사격이 끝나고 자유휴식 시간이었다. 얼마 지나지 아니하여 미고문단이 왔다고 교육생 전체가 산비탈에 집합하였다. 인사차 미고문단이 우리 앞으로 나오고 있는 바로 그때 이었다.

들고 있던 M1 소총을 만지작거리다가 어느 2년차 후보생 한 명이 하늘을 향한 총구로 그만 격발을 하고 말았다. 본래 총알이 없는 것이 맞다. 이것은 상식이다. 아니 그런데 총에 총알이 한 발 남아 있었던 것이다. 왜 그런 일이 일어 날 수 있을까?

“타아∼앙!”

 꼭 손님이 오셨다고 모여서 인사말씀을 하려는 데 왜 하필 그때 쥐고 있던 소총을 장남삼아 만지작거리다가 격발하여서 정말 총알이 격발되고 말았다. 그 소음이 고요의 세상을 깨뜨리고 말았다. 그것도 외국 손님인 미고문단이 왔다는데 하필 크나큰 총성이 터지고 말았다. 그 총소리가 나기 시작한 수초 동안이 우리에게는 몇 십 년 생명 감수를 하고 말았다. RNTC하사관 후보 훈련생 전체의 얼굴색이 노랗게 변하고 말았다.

 그 뒤의 결과는 상상에 맡기는 것이 나을까? 그런데 조용히 미고문단이 나가고 난 뒤에 사격담당 교관님이 한 말씀만 하셨다.

“여러분들이 나에게 사격 교관자격을 박탈하고 말았구나.”

 그리고 그냥 조용히 나가 버렸다. 아! 세상일이란, 그래도 불상사가 없었기에 망정이지. 오! 하느님께 감사할 뿐이었다. 오발誤發한 RNTC하사관후보생 당사자는 아마도 오줌을 지렸을 것이다.

 교육은 어렵다. 그렇게 잘 해 왔던 자율훈련에서 자율생활까지 모든 것이 삽시간에 허물어 져 버렸다. 오발도 무서운 것이지만, 오발 결과는 보다 더 무서운 것이다. 미래에 교사가 될 사람으로서 지극히 무언의 교육효과를 보았을 것이다. 이는 순전히 나의 추측일 뿐이다. 󰃁

(푸른 숲/20100-20130708.)

출처 : 푸른 숲/20100
글쓴이 : 62seonsang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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