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서수필 4) 수그사이 환희 91. 최초로 아파트 구입하다
엽서수필 4 : 수필과 그림사이, 그 환희 |
91. 최초로 아파트 구입하다
이영백
대구에 아파트가 맨 처음 들어선 곳은 1966년 대한주택공사(현 LH)가 대구 남구 대명동에 지은 “공무원아파트”이다. 민간주택으로 처음 분양된 아파트는 1968년 대구 달서구 성당동에 건설된 “성당시영아파트”이다. 이후 세 번째로 1969년에 건설된 “동인아파트”이다. 세 아파트 모두 이제는 재건축이 돼 옛날 형태를 찾을 수 없게 되었다.
1981년 연속 이사를 하면서도 내가 이미 사 두었던 아파트(Apartment)에는 들어가지 못하였다. 처가에서 살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막내처제가 결혼하기 전까지는 합가할 수도 없다. 결혼하고 시골에서 교사하니 도시의 아파트는 필요 없다. 아파트를 도시에 사둔 것은 적절한 방법이다.
아파트를 도시에 최초로 사게 된 것은 처가의 형편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결혼할 때는 장인께서 건축하도급을 하면서 돈을 버셨다. 그러나 하도급하면서 원청회사들이 돈을 잘 안 주면서부터 하청의 하청인부들 인건비는 정확히 지불하여야 하였기에 감당하지 못해서 살던 집을 팔아야 하였던 것이다. 장모님이 세 들어 살면서 마음고생이 많았다.
인생 최초로 대구에다 장인과 공동으로 아파트를 샀다. 동인아파트 39㎡(11평 8작), 명색이 방 두 개에 홀에서는 두 사람이 맞절하면 머리를 부딪칠 정도로 작았다. 1975년 총 일백구십만 원에 샀다. 장인은 일백만 원, 내가 구십만 원을 보태어 산 집이다. 작은 집이라도 장모님은 “내 집이라 마음대로 드나들기 편하니 좋다”고 하였다. 그렇게 장인과 공동명의로 1975년 대도시에 최초로 아파트를 사게 된 사연이다.
최초로 산 동인아파트는 마동이다. 4층 복도식인 이 아파트는 특이하게 복도 바깥에 만들어진 나사식 경사로가 있는 계단식이다. 그래도 39㎡(11평 8작)에 방 2개, 화장실, 거실 겸 주방이 있어서 단촐 하게 살 수 있다.
어렸을 때 우리 집은 열두 동이나 지은 초가에서 넓게 사용하였다. 그러나 최초로 산 아파트는 마치 장난감 집 같다. 도시에 살려면 그런 집이라도 살아야 하는 것이 현실이기에 그렇게 한 집을 산 것 뿐이다.
가장 좋아하는 분이 장모님이다. 국민주택에 세 들어 살 때는 가정부가 문을 잘 열어주지 아니하여 눈물 흘리시는 것을 보았기에 장모님에게는 어느 궁궐보다 좋은 집이었을 것이다. 최초로 산 아파트, 동인아파트!
(20220220.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