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서수필 4) 수그사이 환희 82. 도시 이웃사촌
엽서수필 4 : 수필과 그림사이, 그 환희 |
82. 도시 이웃사촌
이영백
지금 도회지에 살지만 처음부터 도시인이 아니다. 뼛속 깊이 촌사람이다. 어릴 때 논밭에 일하며 소 먹이고, 소 풀 베는 것이 일상이다. 어쩌다 직업을 갖고 도시에 살게 되어 도시인이 된 것이다. 나는 본시 촌사람이다.
바쁜 일상에서도 내자 고교동기가 이웃에 살고 있어서 저절로 그들과 어울리게 된다. 그래서 도시 이웃사촌이 된 것이다. 곧잘 그 사람들의 고향에서 농사지은 곡물이나 과일까지도 덤으로 얻어먹게 된다. 뿐만 아니고 한 사람 곁에 또 한 사람 건너 사는 사람도 저절로 도시 이웃사촌이 되고 있다. 그렇게 도시 이웃사촌을 자꾸 외연적으로 확장한다.
한 번 만나고 두 번 만난다. 서로가 자기 집으로 초청하고, 도시 이웃사촌으로 발전한다. 고향도 두루 두루 살고 있던 곳이다. 경주, 청도, 성주, 경산(하양), 군위, 영천, 의성 등 대구 근교 둘레가 모두 고향이기도 하다. 희한하게도 도회지에서 사는 곳도 자기 고향 쪽으로 향해 살고 있다.
도시 이웃사촌은 모두 도시에 살아도 거개가 뼛속 깊이 촌사람들이다. 그래서 심성이 모두들 좋다. 서로 자기 집에 놀러 오라하고, 맛난 음식을 차려두고 초청하여댄다. 그렇게 도시 이웃사촌으로 살고 있다. 나도 저절로 그 사람들 살아가는 양태라든가 삶의 노하우를 배우게 된다.
오래 사귀다보니 자라나는 자녀들도 하나 둘 커가면서 결혼 하고, 또 국내외에 드나들거나 살고 있다. 도시 이웃사촌들 집집마다 행복이 늘어나고 있다. 어떤 이는 새 아파트를 사고, 누구네 집 아들ㆍ딸들이 대학교 졸업하고, 취직하며, 이어 결혼하여 살면서 외연확장에 너무나 부지런하다.
처음 만났을 때는 고만고만하게 살았는데 도회지에 살면서 돈도 많이 벌어 모으고, 참삶을 잘들하고 살고 있다. 집집마다 촌에서 용하게 도시로 나와 돈 벌이 되고, 삶에서 행복을 찾아 나서서 모두들 다행일 뿐이다.
도시 이웃사촌은 이런저런 인연으로 도시에서 만난다. 나이 들어가면서 자주 못 만나지만 그래도 알았던 사연이 깊어서 좀처럼 잊지 못하는 분들이 도시 이웃사촌들이다. 얼마 전 한 부부 초청으로 맛난 저녁도 먹었다.
추석이나 설날이 다가오면 잊지 않고 문안인사 한다고 “긴한 문자”인사가 쏟아진다. 모두가 젊은 날부터 오랫동안 알고 지냈던 도시 이웃사촌이었기에 더욱 그러하다. 반갑습니다. 도시 이웃사촌들 오늘도 안녕히.
(20220205. 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