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서수필 4) 수그사이 환희 29. 둘째형 돌아가시다
엽서수필 4 : 수필과 그림사이, 그 환희 |
29. 둘째형 돌아가시다
이영백
늘 스스로 나는 많은 형제ㆍ자매 속에 막내로 태어난 것을 행복으로 여기고 살았다. 차마 아무리 어려운 일이 있어도 꿋꿋하게 살아왔던 것이 삶의 보람이다. 그러나 둘째형이 그렇게 건강하였는데 그만 돌아가셨다. 일흔아홉이다. 현재까지는 남자 형제 중에 제일 장수하였다.
둘째형은 키가 작다. 그러나 무척 힘이 센 작은 거인이다. 그리고 아버지 따라 목수 일을 배우면서 돈을 잘 벌었다. 뿐만 아니다. 재주가 좋아서 시골에서 이발 기술까지 배워 가을이면 수곡하여 집으로 들여왔다.
고향에서 딱 4Km 거리에 6ㆍ25전쟁으로 피난간 곳에서 살았다. 나이 차이가 22살인 둘째형님 집에 자주 놀러갔다. 둘째형 집에 큰아들과 나와 나이 차이는 고작 한 살이다. 그래도 나는 아제고, 조카는 조카이었다.
조카가 중학교 다닐 때 쯤 이런저런 사유로 그곳에 살지 아니하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둘째형은 아들 둘, 딸 다섯으로 다복하였다. 칠 남매를 둔 자식 부잣집이다. 그동안 멀리 떨어져 살다가 둘째형은 우리가 세 번째 살았던 집에 들어와 살게 되었다. 고향에 다시 보금자리를 얻은 것이다.
둘째형은 목수기술도 기술이지만 자꾸 현대화되어 농촌에서도 보일러 놓는 기술까지 익혀 돈을 상당히 잘 벌었다. 둘째형은 아들 둘에게 공부를 많이 시키지 못하였지만, 나중에 딸들은 대학교도 보내는 집안이 되었다. 삶이 많이 윤택하게 되었다. 두루 결혼도 모두 시키었다.
둘째형은 힘을 많이 사용하는 허드렛일도 곧잘 하였으며, 집안을 잘 꾸렸다. 그러나 알게 모르게 지병을 가지고 있었다. 바로 천식이다. 천식을 오랫동안 달고 지냈다. 천식은 잘 낫지 않는 질환이다.
급기야 피곤하면서 코피가 자주 났다. 피곤하면 혈압이 잘 오르고, 혈관 역시 쉽게 부풀어 올랐다. 그러다 보니 부풀은 혈관이 터지면서 코에서 피가 나게 되었다. 마침내 콧속 세혈(細血)이 너무 터지면서 피를 멈출 수가 없었다. 큰조카가 포항 큰 병원으로 모셨으나 대구로 모시고 가라고 하였다. K대학교종합병원에는 세혈전공 교수가 있어 위급함을 면하였다. 결과적으로 천식과 세혈 터짐의 원인 때문에 그렇게 79살에 돌아가셨다.
많은 형제ㆍ자매들이지만 셋째형, 큰형 돌아가시고, 둘째형마저 돌아가셨다. 인명은 재천이라 하였든가? 사람은 언제가도 가야할 길이다.
(20211104. 목. 잡지의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