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서수필 4

(엽서수필 4) 수그사이 환희 27. 셋째형 돌아가시다

청림수필작가 2021. 10. 31. 00:04
엽서수필 4 : 수필과 그림사이, 그 환희

27. 셋째형 돌아가시다

이영백

 

 셋째형은 그렇게 돌아가셨다. 그때만 하여도 “후두암”이라는 병을 너무 알지 못하였다. 그 시대도 후두암은 수술만 받으면 자연생명은 살 수 있었다. 의학 분야에는 문외한이라 도움도 드리지 못하고 살았다.

 후두암? 후두에 암이 발생한 질환이다. 셋째형은 글자를 모른다. 남에게 뼈아픈 이야기를 아무에게도 말 하지 아니하려고 하였다. Y대학교종합병원 여의사라는 분이 “후두암은 수술하면 성대가 없어져서 말을 다시 배워야 한다. 그때 글자를 모르면 말을 못 배운다.”고 환자에게 단언하였다.

 이러한 사실을 나중에서야 알았다. 몇 스케줄 항암치료를 받고서도 글자 모르는 사연에서 수술날짜를 받아 놓고도 피하려고 그만 집으로 가고 없었다. 세상에 이런 일이 있나? 그나마 수술이라도 하였으면 나중에 목구멍을 통하여 철판을 갖다 대어 로봇음성처럼 말할 수는 있었다.

 어찌 의사라는 사람이 환자의 입장은 전연 고려하지 않고, 그 잘난 학문으로 공부하였을까? 항암치료 하는데 너무 아프고, 주사바늘을 여러 군데 찔러 대서 발등까지 맞았다고 나에게 일러바치기(?)도 하였다.

 요즘이었다면 말 배우는 기술도 달라졌고, 수술도 훨씬 쉬었을 텐데 그렇게 힘없이 병마와 싸우다가 돌아가고 말았다. 수술을 마다하였으나 그래도 집에 가서 너무 아파 견딜 수 없으니 이제 G대학교종합병원에 한 달 입원하고 기어이 유명을 달리하고 말았다.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것은 Y대학교종합병원 여 의사분이 첫날에 진단하면서 걸작으로 문진하였다. “할아버지 담배 많이 폈지요? 술 많이 잡수셨지요?” “아니요. 내 평생 담배는 입에 대본 적도 없소. 술은 미군부대에 오랜 근무하면서도 맥주 한 잔 정도는 마시고 살았소?”

 사람 한 평생이 길다하면 길 것이다. 셋째 형은 6.25 전쟁이 발발하자 아직 19살에 자원입대하였다. 공병부대에 있으면서 북진할 때 압록강 초산까지 제일 먼저 도착한 청승부대로 압록강 강물을 대통령에게 헌수하였다.

 삶은 누구나 인간으로 한계에 도달하지만 자연생명이 아닌 병환으로 돌아 가셨다는 것에 더욱 화가 치밀 뿐이다. 모두가 너무 무지한 소치다.

 오늘날 같이 인터넷이 발달한 시대에 살면서 병명이라도 알고, 인터넷으로 지원을 받았다면 달라졌을까? 셋째형은 그렇게 65살에 돌아가셨다.

(20211031.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