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서수필 4

(엽서수필 4) 수그사이 환희 14. 고압선 설치공사하다

청림수필작가 2021. 10. 9. 00:05
엽서수필 4 : 수필과 그림사이, 그 환희

14. 고압선 설치공사하다

이영백

 

 녹색들판 속에서 친구 없이 자라난 소년으로 무엇을 희망으로 삼고 자랐을까? 게다가 철길 하나 건너면 상업지로 장사하는 곳으로 관광객들이 북적이었다. 전형적인 시골과 중소도시를 철길 하나 사이로 두고 나는 촌아이, 철길 위쪽 아이는 벌써 눈빛과 생김새부터 다른 도시아이들이었다.

 들판 속에 살면서 고압선 전선을 설치하는 것을 보고 느꼈다. 1960년대 초 울산공업단지가 생기면서 2만 2천 볼트 고압선이 설치된다. 녹색 논바닥 사이로 측량과 동시에 보상을 해 주었고, 전선감은 타원형 나무통에서 펼치었다. 동네 들판으로 고압선이 지나가야 전기가 공급된다. 그 때는 고압선이 뭔지도 몰랐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와서 농지 주인들에게 보상비를 건네주었다. 논바닥에 철탑이 설치되고, 그 부분에는 농사짓기를 거북하게 만들었다. 우리 산, 우리 논바닥에도 고압선이 자리를 차지하였다.

 기찻길 따라 50m마다 몇 가닥 전선을 펼쳐가는 전신주는 일찍 보았는데, 전선도 굵고, 철탑을 설치하여 무거운 고압 전깃줄, 2만 2천 볼트를 보낸다는 것은 매우 신기하였다. 들판 속으로 고압선을 설치 공사하는 사람들이 하필 우리 집에 와서 일주일 동안 엄마가 밥 하고, 새참 만들어 주고 심지어 우리 집 남는 방에서 잠까지 잤기 때문이다.

 국가에서 하는 사업이니 아무런 말도 못하고 보상비 받는 순간부터 불편함도 감내하고 살아야 하였다. 오로지 우리나라 공업발전을 바라는 그 애국심뿐이었다. 요즘처럼 전자파 나온다고 데모할 줄도 몰랐다.

 논 고둥을 잡아 시간되면 새참 안주로 갖다 드렸다. 중보 도랑물에 버들치 잡아 매운탕 끓여드리니 최고 안주요, 좋은 반찬이라고 극찬하였다. 담배 사다 드리고 잔돈은 나의 팁이 되었다. 일주일 동안 어머니는 밥값, 새참 비(술, 안주), 방 숙비 등 단단히 챙기었다. 난 심부름으로 돈 벌었다.

 고압선 철탑 세우는 동안 막걸리, 김치조각과 논 고둥으로 안주를 전해 드렸다. 들판 속에서 일하는 아저씨들도 들판 속에 파묻혀 잘 보이지 않았다. 논벌에서 논둑으로 나오는 농병아리 어미와 새끼들이 관병식을 한다. 멀리 논둑사이에 뜸부기 제집이라고 뜸~북~ 뜸~북~ 울어댄다.

 고압선 공사를 마친 후 풍정은 조금 낯설었다. 푸른 들판 속으로 드리워진 고압선이 먼 산꼭대기까지 철탑으로 드리워져 있다. 전기 배송한다.

(20211009. 토. 한글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