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서수필 4) 수그사이 환희 13. 17번국도 차바퀴 발견하다
엽서수필 4 : 수필과 그림사이, 그 환희 |
13. 17번국도 차바퀴 발견하다
이영백
전근대로 넘어오면서 없던 새로 만든 넓은 길을 신작로(新作路)라고 한다. 지금은 도로가 많았지만 그 땐 드물었다. 17번 국도가 생겼다. 경주-울산간 자동차가 내왕하는 큰 길이다. 관광지이기 때문에 도로가 필수조건이다. 그러나 학교로 걸어가는 데는 주의하여야 할 곳이다.
1950년대 말이라도 자동차 한 대 구경하기가 어려웠다. 철둑길에 앉으면 다른 곳보다 높아 시원하다. 통행하는 기차가 뜸하니 동네 어른들은 그곳이 마치 누구를 기다리는 쉼터처럼 되었다. 조무래기들도 철둑 언덕바지를 오르내리며 곧잘 쉬던 곳이다. 동쪽으로 바라보면 17번 국도와 불국사, 서쪽으로는 개남산, 조양 못, 멀리 마석산 등이 보인다.
높은 철둑길에 앉아있으니 집에 가는 걸 잊어버리고 오랫동안 쉰다. 친구가 제안한다. 지나가는 자동차 먼저 발견한 사람에게 그 차바퀴 수만큼 고개 인사하기였다. 마침 삼발이화물이 지나간다. 내가 발견하였으니 친구가 고개로 까딱 인사를 세 번하여 받아먹었다.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이번에는 내가 늦었다. 대형화물 한 대의 바퀴 수가 무려 열여섯 개이었다. 고개가 아프도록 절하여 주었다. 그것도 자꾸 하면 싫증이 난다.
시골에서 놀이는 별로 없다. 넓은 장소가 없다. 아이들은 어른의 거울이라 하였지만 놀이터는 없다. 놀이터는 고작(古作)이었고, 놀이는 쭈그러진 깡통 차기로 시끌벅적하게 전쟁 후유증인 빈 깡통만 냅다 차 대었다.
우물가에서 물총 만들어 물포구나무열매를 호주머니에 넣고 상대방을 향해 쏘기 놀이도 한다. 다시 그 놀이도 재미 없어 버리고 시원한 철둑길을 다시 오르고 만다. 그곳에는 언제나 친구 한두 명이 기다리고 있다. 다시 자동차 바퀴 수 발견하고 절 받기 한다. 오늘따라 바퀴 수가 많은 화물자동차를 많이 발견하여 목이 아프도록 절하였다.
17번 국도가 요즘은 경울간 산업도로라고 명명하여 있다. 뚜껑 덮은 대형 화물차가 줄 서서 오르내리고 있다. 화물차가 너무 많이 줄지어 다니니 관광 하러 오는 사람들에게는 좀 거북스럽게 느껴진다. 17번 국도변에서 사고 나는 것도, 홍수가 나면 도로가 유실되어 일대 혼란이 일어 난 것도 구경하였다. 공사하는 높은 키를 가진 크레인도 그곳에서 처음 보았다.
자동차바퀴 수만큼 절하기는 이제 못하겠다. 자동차가 너무 많다.
(20211007. 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