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서수필 3) 미늘 제7부 꾸물댐의 변명 74. 빼앗긴 2년
엽서수필3 : 일흔셋 삶의 변명 “미늘” |
제7부 꾸물댐의 변명
74. 빼앗긴 2년
이영백
세상의 일들이 우주의 생성과 운동에 따라 움직이듯 꼬물거린다. 그 속에 인간으로 태어나서 꼼지락거리고, 꾸물대며 살아간다. 이 와중에 시간을 2년간 딴 나라, 딴 시대처럼 보낸 때가 나에게 있었다. 그 2년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다. 동시대 나와 같은 동기들로 보면 나는 늘 그렇게 빼앗긴 2년으로 살아 온 것이다. 2년이 허기 진 것이다.
2년은 날짜로 계산하면 평년으로 365일로 보면 2배로 730일간이다. 이를 초로 환산하면 1일은 60초×60분×24시간으로 86,400초요, 730일×86,400초는 63,072,000초이다. 즉 2년간은 초로 환산하니 6천3백7만 2천초다. 바로 그 째깍거리는 초침소리가 그렇게 많았는데 잃어버리고 산 것이다.
2년 동안 무엇을 하였던가? 내 평생에 따라 다니는 2년의 더딘 생활로 발목을 잡았다. 첫째, 신학문 출발점이 2년간 멈췄다. 둘째, 2년을 만회하기 위하여 2년제 대학을 진학하였다. 셋째, 2년을 만회하기 위하여 결혼을 일찍 하였다. 삶에서 뒤죽박죽이 되었다. 나의 삶을 퍼즐 맞추기로 살았다.
2년을 더디 살아 얻은 것은 한문공부였다. 서당식 교육으로 한자(漢字)를 배우고, 한문(漢文)을 배웠다. 한자 익히기에는 조금 보탬 되었다. 덕택에 고교 때에는 인문계열을 선택하였다.
나에게 2년은 남을 가르치는 교육방법을 배웠다. 처음 대상은 교육대학을 갔으니 초등학생이다. 나중에는 중등교육생을 가르칠 수 있는 중등교사자격을 두 가지나 취득하기도 하였다.
인간은 숙명적으로 그것에 아주 근접하였다. 초교 5학년 때 5.16군사혁명 후 6학년 때 성인의 문맹자교육을 동사무소에 남폿불 밝히고 직접 가르쳤다. 소 흑판과 백묵 받고, 칠판지우개까지 가져와서 성인교본으로 한글을 가르쳤다. ㄱ에 ㅏ를 더하면 “가”요, 가에 받침 ㄱ을 더하면 “각”이라고 가르쳤다. 또 “가지”글자를 써 두고 그림이미지로 가르쳤다.
2년의 어긋남 시간을 아르바이트라는 시대적 시스템으로 돈 벌어 가면서 내 공부할 수 있었던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고2때 입주가정교사 하다 연탄가스 먹고 죽을 번하였다. 대학생일 때 클래스메이트 소개로 초교 3학년 시간제가정교사도 하였다. 2년의 공백은 모진경험으로 메꾸었다.
(20210627.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