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서수필 3) 미늘 제6부 꽃의 변명 63. 호박꽃
엽서수필3 : 일흔셋 삶의 변명 “미늘” |
제6부 꽃의 변명
63. 호박꽃
이영백
시골집집마다 담장이나 울타리로 경계선이 쳐져 있다. 집마다 경계선이 분명하다. 물론 담장이나 울타리도 없이 낮은 둑으로만 된 집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거개가 담장이나 울타리가 쳐져 있다. 양지바른 그 담장 밑에 어린 우리들은 모여서 구슬치기도, 말 타기도 하고 놀았다. 그 담장에 노란별처럼 생긴 여섯 갈래로 벌어진 호박꽃이 피어 있다.
시골에서 정식 밭이 아니면서도 심을 수 있는 이점이 있는 식물이 호박이다. 밭도 아닌 담장 밑에다 흙구덩이 넓게 파 놓고 ×바가지로 똥물을 퍼다 부어놓는다. 4월말이면 준비된 한 흙구덩이에 3~4알의 호박씨를 바로 심는다. 구덩이마다 시간 지나면 노란 쌍떡잎 나고, 본 잎 나온다. 그 자라나는 모습이 신기하여 가마니 들여다보는 관찰습관이 생겼다.
어느새 아이들이 고작에서 노는 동안에도 밤낮으로 줄기가 자란다. 덩굴손이 타고 올라가기 좋도록 대나무 막대를 세워준다. 봄비 내리고 날씨 맑으면 밤낮으로 자라 올라 담장 윗부분을 덮는다. 어느새 자라 말갛던 담장 위에 푸른색으로 물들인다. 말타기 하면서도 호박 자라는 것에 놀란다.
간만에 우리를 더욱 놀라게 하려고 온통 담장 위 호박 덩굴손 줄기에는 여섯 갈래 노란 호박꽃이 군데군데 피어났다. 노란 꽃 암수의 꽃으로 한 가지에 피는 일가화(一家花)로 6월부터 서리가 내릴 때까지 핀다.
장미꽃이 호박꽃도 꽃인가? 듣는 호박꽃은 장미 너는 호박 열매 못 맺지. 우리 호박꽃이 피어서 벌ㆍ나비 찾아와 꽃가루받이 하면 열매인 호박이 달린단다. 호박꽃이 장미꽃을 나무란다. 장미꽃 너는 쓸모 있는 열매도 못 낳으면서 남에게 핀잔이나 주지. 우리 호박꽃이야 말로 벌ㆍ나비가 아주 좋아 한단다, 우리 후손을 위해 부지런히 매개 수정한단다.
호박도 암ㆍ수꽃이 있어 꽃가루받이 한다. 장마 질 때 열매 매달리다 떨어진다. 벌ㆍ나비 없으니 이제 사람들이 붓 들고 인공수정으로 꽃가루받이 한다. 호박꽃피면서 달린 열매 성숙하게 자란다. 아무것도 모르고 어린아이 재미나 하면서 그 막 달린 어린호박을 따서 나무꼬챙이로 찔러 놓는다.
농부 중에 호박 가꾸는 사람들은 호박꽃을 암ㆍ수꽃에서 인공수정까지 시켜 주니 걱정 없이 호박꽃 피워 열매 맺는다.
(20210608. 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