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서수필 3) 미늘 20. 노랑나비
엽서수필 3 : 일흔셋 삶의 변명 “미늘” |
20. 노랑나비
이영백
개망초, 엉겅퀴, 토끼풀 등이 자라고 있는 연녹색 풀밭을 나선다. 어디선가 노랑나비가 내 앞으로 가로질러 날아와서 남실남실 나를 꼬드긴다. 한국에서는 흰나비를 그 해 처음 보면 운수가 나쁘다고 하고, 노랑나비를 보면 행운을 상징한다고 하면서 내 앞에서 노랑나비가 나타났다. 다행이다.
큰 손녀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났다. 기회가 되어 세 살배기로 내가 살고 있는 우거에 찾아왔다. 어리고 앙증스럽게도 우리말을 잘 따라 하였다. 우리말을 너무 사랑하였나 보다. 그리고 이어서 어린이 집을 다니면서 은퇴한 나와 매일 함께 하였다. 곧잘 노랑나비 그림도 잘 그려댔다.
토요일 마다 저네 애비가 운전하여 우리들을 즐거운 야외관찰과 놀이와 둘러보러 다니기에 재미를 붙이게 하였다. 간식도 사 가서 공기 좋은 들판, 강둑에서 먹고 마셨다. 간혹 노랑나비도 만나서 신기하기도 하였다.
“할머니 무슨 나비에요?”
“응. 이름 잘 몰라, 아마도 노랑나비 아닐까?”
그때부터 우리들은 함께 놀러 다니면서 봄에는 “노랑나비”얘기로만 꽃 피웠다. 나비이름을 몰라도 노랑나비로만 대면 그런 나비이고, 꽃 이름을 몰라도 노랑꽃 하면 꽃 이름이 모두 되는 아주 편리하게 손녀에서 써 먹었다. 노랑나비라고 하면 통칭으로 한 말이지만 결과적으로 흰나비도 이 과에 속한다니 참 새로운 발견이다.
봄 마을 산을 오르면 심심할까봐 노랑나비가 곧잘 나를 따라 오라고 꼭 내 키보다 높은 높이로 팔랑팔랑 거리며 나른다. 자기는 운 좋은 노랑나비이니 잡지 말고 자연의 숲속, 들판으로 따라 오라고 하는 몸짓 같다.
노랑나비로 봄을 불러 온다. 지금은 그 큰손녀가 캐나다에서 6년차(중학교 1학년, 초교는 5년제)로 학교에 다니고 있다. 이제 6년 배운 실력이지만 원어민처럼 영어를 곧잘 한다니 정말 큰 다행이다. 올 봄에도 노랑나비 만나면 큰손녀가 그때 인식한 “노랑나비”로 생각나게 할 것이다.
나비로 인하여 연상되는 손녀생각에 이 나이에 멍 때리기도 하고 노랑나비를 매체로 생각을 돋운다. 연녹색 풀밭에 나온 노랑나비는 팔랑팔랑 날개 짓으로 내 앞에서 자꾸 아른거린다. 마치 나를 잊지 말라하듯 한다.
(20210325. 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