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서수필 2/4다마 계룡산

(엽서수필 2) 제9부 내가 나를 따르다 108. 낙엽 하나 줍다

청림수필작가 2021. 1. 31. 01:39

40년 만에 시 오른 을뒷산 계룡산

9부 내가 나를 따르다

108. 낙엽 하나 줍다

이영백

 

 서늘한 바람이 불어주면 아홉 달 동안 탄소동화작용으로 푸른 잎을 만들어 두었는데 기온이 내려가면서 활동이 줄어진다. 가지와 잎에서 수분이 준다. 마침내 가지에 떨켜 층이 생기고 가지와 잎은 분리된다. 낙엽이 된다. 낙엽은 어찌 보면 우리네 인생과 같다. 자식을 위해 고도의 노력으로 벌어먹여 살렸는데 나이 들면서 나락으로 떨어지는 게 인생이다.

 야시골공원으로 오르면 길섶에 쌓인 낙엽을 본다. 한편으로 씁쓸하다. 그러나 허리 굽혀 낙엽 하나를 줍는다. 빨갛고 노랗고 또 형형색색이 모여 자연색을 보여준다. 낙엽 하나에 그 나무의 일생이 색으로 들어있다.

 낙엽은 왜 생겼는가? 부모와 자식 간에 먼저 부모가 북망산으로 가듯 헤어지는 모습을 우리 인간에게 보여주듯 하다. , 여름, 가을까지 부지런히 물관으로 수분을 빨아 올려주었는데 그마저 수분이 끊기고부터 푸른 잎사귀가 붉은 잎, 마른 낙엽으로 변하였다. 그리고 분리된다.

 땅에 떨구어져 뒹굴고 있는 낙엽은 인생을 보듯 하다. 청년처럼 기름진 양분과 수분으로 그렇게 왕성하게 작용하여 양분 벌어서 넓은 잎을 내내 만들었다. 이제 날씨가 추워지면서 수분이 말라 떨켜로 분리되었다. 착색된 무게로 단풍 되어 떨어지는데 살아가야하는 가지의 뼈아픈 생채기를 보호하기 위하여 그렇게 떨켜로 된 것이다. 낙엽은 마치 인생의 말로 같다.

 낙엽 하나 줍는 것으로 내 인생으로 대비 되는 것은 너무 당연한 것이다. 사람이 태어나서 유아기를 거쳐 학동기, 청년기, 취업기, 결혼, 자녀 부양기, 은퇴기, 마침내 낙엽으로 도착한 인생은 서럽다. 낙엽은 다음 식물을 위한 거름이라도 되는데 난 무엇이 되어야 할 것인가? 인생과 낙엽이 너무 뚜렷하여 생각할수록 모골이 송연할 뿐이다. 자식에 거름이나 될까?

 이제 늙어서 인생 황혼의 마지막 붉은색 잎이 단말마처럼 낙엽 되어 떨켜로 만들어 보호하듯 한 줌의 흙이 되어 후손들에게 그 영광을 되돌릴 수 있을까? 무엇으로 살았다고 보호막이 될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남은 것 없이 마음의 빚뿐이다. 낙엽처럼 거름도 되지 못하여 원망스럽다.

 낙엽 하나 줍는 서정이다. 꼬부라진 허리 조금 더 굽혀 야시골공원에서 떨어져 모아진 낙엽더미 중에 한 잎사귀 낙엽을 선택하여 들고 허리 편다.

(202101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