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서수필 2) 104. 혼자서는 외롭다
“40년 만에 다시 오른 마을뒷산 계룡산” |
104. 혼자서는 외롭다
이영백
그렇게 늘 복작거리는 사람들 속에서 한편으로 너무 많이 지겨울 정도로 느끼고 살았다. 그러나 갑자기 내 곁에 아무도 없는 때를 스스로 놀랐다. 복작거리는 것이 싫어서, 처남 없는 처가에 내자와 결혼하였다. 이제 너무 곁에 없다. 혼자이기에 더욱 외롭다. 혼자서 세상이 외로운 것이다.
여러 사람들과 일을 하거나 놀거나 늘 함께 하였다. 갑자기 아무도 없이 혼자다. 아들 둘 장가가서 나가 살고, 내자와 둘이 사는데 간혹 내자가 마트가거나 친구 만나러 가고 없으면 갑자기 나는 혼자가 된다. 혼자가 되어서 하는 일은 무엇인가? 단지 몇 줄의 글만을 쓸 수 있는 것뿐이다. 겨우 하는 일이 글 쓰는 일이다. 그래도 묵묵히 혼자가 되어서 기다려야 한다.
요즘은 혼밥(=혼자 밥 먹는 것)하는 시대다. 혼자 밥 먹는 것이 서글프다. 외롭다. 되도록 귀찮아서 찬 것이 되고만 된장을 그대로 먹으면서 없는 내자만 투덜대기 마련이다. 혼밥은 싫다. 어쩌나. 21세기가 되면서, 나이가 들면서 혼밥이 익숙한 시대로 변하고 말았다. 누군가라도 전화하고 둘이 먹을까? 그것도 귀찮다. 어쩔 수 없이 혼밥 하고 만다.
요즘은 혼술(=혼자 술 마시는 일)한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살아오면서 나는 혼술 한 적은 한 번도 없다. 혼자서는 술을 마시지 않는다. 차라리 마시지 않는다는 표현이 옳다. 그렇게 난 혼술을 한 적이 없으며 앞으로 지속적으로 혼술은 하지 않을 것이다. 하물며 집에서 술 끄집어내어 놓고 마신 적조차도 없다. 그렇게 많이 마셔댔던 술인데 진정 혼술은 싫다.
요즘 간혹 혼잠(=혼자 잠자는 경우)을 한다. 내자가 친구 만나 1박2일 하는 경우 혼잠이다. 그렇게 옆에 누가 있어야 잠을 자는데 아무도 없는 혼잠에는 밤새 잠 못 들다가 지쳐서 저절로 나도 모르게 혼잠이 들고만 경우가 여러 번 있다. 결과적으로 사람은 혼자이기 때문일 것일까?
혼자는 외롭고 둘은 사랑한다. 맞는 말이다. 혼자는 정말 외롭다. 둘이면 사랑을 시작한다. 야시골공원 오후 세 시면 메꽃이 피고 사랑을 한다. 혼자서 야시골공원 오른다. 예전에는 근교등산이라도 여럿 모여 시끌벅적하게 등행하였는데 나도 이제 너무 많은 세월이 흘렀는가 보다. 난 혼자다.
혼자서 오르니 앙상한 나목들이 나보다 더 외롭게 찬바람으로 징징댄다.
(20210124.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