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서수필 2/4다마 계룡산

(엽서수필 2) 97. 고개, 고개를 넘어

청림수필작가 2021. 1. 12. 00:16

40년 만에 시 오른 을뒷산 계룡산

97. 고개, 고개를 넘어

이영백

 

 언덕을 넘어서니 나의 앞에 고개가 나타난다. 고개는 사람의 목 위의 부분도 고개요, 산등성이의 봉우리와 봉우리 사이에 있는 낮은 부분도 고개다. 물론 여기서는 후자를 말한다. 언덕보다는 고개가 더 큰 어휘다. 인생에서 넘어야 할 큰 강인 것이다.

 여류 소설가 박화성은 고개를 넘으며라는 소설을 썼다. 해방 전의 세대에게서 무엇을 받았는가? 해방 전의 세대는 다음 세대에게 무엇을 주었는가? 세대간의 흐름을 역사적 민족적 측면에서 바라보고 사상이나 애정이나 또는 사회적인 인간관계의 발전과정으로써 파악하고 형상화(形象化)하고 있다. 상당한 문학적 고양의 결과물이다. 어릴 때 읽은 적이 있다.

 세상의 큰 고개는 인도와 중국 사이에 있는 캐라코람(5,574m)”이라고 하는 산지다. 세상에서 참 높은 고개로 물론 산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높은 고개는 북한 함경산맥에 있는 금패령(1,676m)이고, 남한 쪽에는 곰배령(1,164m)이라고 한다.

 아무려면 높은 고개를 알아본들 무엇 하며, 내 인생, 내 고개가 중요할 뿐이다. 이제 내 인생고개도 해 넘어가는 고개다. 흔히 인생 열두 고개를 넘으면 무엇이라도 결말이 날것이라고 하였다. 난 아직 아무것도 없다.

 지나온 인생역사를 더듬어 보아도 별 뾰족하게 이루어 놓은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다. 학문으로 꼭대기를 이루려고 하였으나 좋아하던 공부마저 낳아 둔 두 자녀를 위해 올인 하였다. 그러한 일들이야 어느 부모인들 안 하고 살겠나? 내가 생각해도 참 많이 부족하고 한심한 부모로 생각된다.

 큰아들 대구에서 살아가는 것을 늘 좁고, 답답하다고 저네는 꼭 땅 넓은 나라에 가서 산다고 하기에 끝내 붙잡지 못하였다. 마침내 결혼하자말자 미국 금문교가 있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살았다. 이후 캐나다 BC주 콜로라도 강가인 에버포츠시에 가서 현재 살고 있다. 21세기 날개가 달려 훨훨 날아가 살고 있는 것이 잘한 것인가? 결코 짧고 긴 것은 대어봐야 알 것이다.

 고개를 넘으면 지상천국이 있을 줄 알았는데 아마도 아직 아무런 고개를 넘지 못하였는가보다. 그냥 현재까지도 진행형일 뿐이다. 아직도 궁금한 것이 고개를 확 넘어버리면 무엇이 있을까? 행복한 죽음?

(202101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