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서수필 2) 96. 언덕을 넘어
“40년 만에 다시 오른 마을뒷산 계룡산” |
96. 언덕을 넘어
이영백
야시골공원을 오른다. 한참 오르고 나니 나의 앞에 언덕이 있다. 언덕이란 땅이 비탈진 곳이다. 나를 가로 막는다. 산 속에 언덕이 있다. 내 마음속에 언덕이 있다. 언덕진 곳을 우리는 구릉, 둔덕이라고도 한다. 언덕에 오르면 꼭대기가 있다. 언덕이란 말은 산보다 덜 비탈지고 높이도 낮은 곳을 가리키고 있다. 내 마음 속의 언덕을 오른다.
이제 마음의 언덕을 넘고자 안간힘을 쓴다. 살아가려고 무던히 학창시절에 애를 썼던 것이다. 키 작고 몸피가 적은 것은 어린 날 그때의 삶이 영향으로 상당히 작용한 탓일 거라 스스로 믿어 현재까지 살아오고 있다.
내 인생의 언덕 1은 아버지의 교육철학을 넘는 것이었다. 초등학교만 졸업하면 우리나라 법(초등학교 의무교육법)을 어기지 않았다고 믿는 아버지의 부족한 교육철학을 넘어야 하는데 그것을 넘지 못해 2년을 헤맸다.
내 인생의 언덕 2는 부모님 모두 생전에 결혼을 하여야 했는데 아집(=중등준교사 국어시험 공부)으로 인하여 막내아들이 결혼하는 것을 못보고 돌아 가셨다. 생전 자녀필혼을 못 이루셨다. 내가 불효자였다.
내 인생의 언덕 3은 학문을 시작하였는데 박사학위를 획득하지 못하였다. 먹고 사는데 연연하여 박차고 나온 놈이 되지 못하고 말았다. 완성하지 못한 학문의 종결처분이었던 것이다. 소심한 판단이 그렇게 만들고 말았다.
내 인생의 언덕 4는 문학가가 되는 것이다. 최종 목표는 소설가인데 이제 수필가, 논픽션가에 겨우 머뭇거리고 있다. 2020년에 소설을 썼다. 이를 공모전에 내기가 부족하여 망설이고 있을 뿐이다. 2021신축년 흰 소의 해에는 꼭 이루어 보리라 작심한다. 제출하면 될 것으로 보인다.
인생의 언덕은 이렇게 삶의 정점이다. 삶은 누구나 꼭대기에 서고 싶어 한다. 파리의 몽마르트 언덕, 거제의 바람의 언덕, 제주의 큰엉인 해안 쪽 절벽을 이루는 언덕도 있다. 가장 가까운 대구에는 근대골목 청라(靑蘿)언덕이 있다. 정점의 언덕에 꼭 서보고 싶은 노욕(老欲)이다.
언덕을 넘으면 분명 꼭대기에 도착하고 말 것이다. 야시골공원 언덕에 오르니 그곳에도 꼭대기가 있었다. 내 인생에서 넘으려고 하는 언덕은 그런 언덕은 물론 아니다. 분명 2021년 새해에는 도착할 것이다.
(20210110.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