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서수필 2/4다마 계룡산

(엽서수필 2) 88. 까치소리 다시 듣다

청림수필작가 2020. 12. 27. 23:31

 

40년 만에 시 오른 을뒷산 계룡산

88. 까치소리 다시 듣다

이영백

 

 “~~~!”

 아침 정적을 깬다. 예전부터 까치가 찾아와 울어주면 기쁜 소식인 희보(喜報)가 들린다고 하였다. 그래서 까치는 늘 귀엽고 길조로 받아들인다. 특히 어려운 일이 벌어졌을 때 울어주는 까치 소리만치 좋을 수가 없을 것이다. 나는 까치소리를 무척 밝히는 사람 중에 하나인 모양이다.

 까치소리는 늘 들어도 좋다. 특히 이른 아침 울어주는 그 소리는 저절로 좋은 소리로 인정한다. 희소식이다. 까치는 우는 것이 아니다. 까치는 소리를 무언가를 인간들에게 전달할 뿐이다. 인사하는 것도, 위험하다는 것도, 기쁘다는 것도 모두 포함하는 까치만의 아는 말인 것이다.

 시골 감나무 높은 곳에 까치가 있다. 꽁지를 까딱거리며 바람을 타고 그 흔들림에 기쁜 소리를 전달하여 준다. 까불까불 거리며 떨어지지 않고 나무를 탄다. 그러면서 제 임무나 하듯 곧잘 제할 일을 잘한다. 소리를 의성어로 바꾼다. 즐거운 의성어다. ~~, ~~까악! 운율을 탄다. 나에게는 즐거운 소리로 들린다. 그리고 사람들의 기분을 업그레이드한다. 아마도 까치는 기쁜 소식을 늘 가져 오려고 서로 은어(隱語)하는 모양이다.

 까치 우는 시골집은 한 폭의 그림이다. 감나무 잎이 떨어지는 나목의 겨울 속 풍정이 눈에 선하다. 도시로 나간 자식들의 기쁜 소식을 한 장의 전보로 우편배달부 아저씨가 빨간 자전거 타고 따르릉~ 따르릉~ 소리 내면서 희소식을 가져 온다. 까막눈 아버지 전보 받고 무엇인지 몰라 저만치 돌아가던 아저씨 불러다 전보내용을 읽어 달란다. 귀로 읽는 편지처럼 귀로 전보를 읽는다. 그토록 기다리던 아들의 사법시험 합격소식이었다.

 야시골공원 오르는데 텃새 까치가 톡톡 튀겨가며 내 앞의 길에서 내 걸음 수만큼 따라 톡톡 튀어 걷는다. 마치 마장마술에 말이 뛰듯 한다. 볼수록 귀엽다. 또 걷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까치 소통언어인 의성어를 간혹 깍~까악~! 저네 말로 해댄다.

 세상에는 비보(悲報)보다 희보(喜報)를 기다린다. 세월을 기다린다. 즐거운 소식을 기다린다. 멀리 타국에 사는 손자손녀들의 희소식이 그립다.

 까치는 늘 새 소식을 전해 준다. 캐나다 필리핀 손자손녀들 소식이다.

(20201227. . 원자력안전 및 진흥의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