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서수필 2) 79. 소나무밑동에 등치다
“40년 만에 다시 오른 마을뒷산 계룡산” |
79. 소나무밑동에 등치다
이영백
공원에 까치 톡톡 튀겨 걸으며 깍깍 운다. 야생 산고양이 내 앞길을 스쳐 천천히 보란 듯이 너시란 거리며 걸어간다. 인생은 그러한 장면을 보면서 그렇게 살아온 것이 바로 그 사람의 일생이다. 못 본 사람은 그러한 인생을 이해 못한다. 다시금 그런 장면을 찬찬히 눈여겨 살펴보자.
야시골공원에 오른다. 순환로 샛길에 맨발로 걷는다. 저만치 비탈진 곳에 노옹이 소나무밑동에 붙어 서서 등을 탁탁~ 친다. 노인이 건강을 찾는다. 걷기도 어려워 보일 연세에 산속 올라 나무밑동에 대고 등치고 있다. 그 소리도 까치우는 소리마냥 탁탁~ 치는 소리가 산을 흔든다. 산 숲속 걷는 사람들 귀에 울려 준다. 나 아직 죽지 않고 이렇게 힘 많아 하듯.
우리나라에는 소나무가 많다. 금강송 말고 일반 소나무를 “한국형 소나무”라고 한다. 그 모양이 작품이다. 밑동이 살찌게 자리 잡아 하늘로 빙빙 돌듯 굽이치고 솟아 오른 모양은 무엇이라 형상을 설명할까? 참 장관이다. 한국형 소나무가 장관이다. 나는 늘 소나무사진을 마구 찍어댄다. 사진에 대하여 문외한이다. 그러나 그냥 좋아 보이기에 소나무사진만을 찍어댄다. 찍은 소나무사진은 보면서 스스로 즐거워함에 있다.
포항 사는 당질이 사진작가다. 한국형 소나무 사진 한 장 잘 찍으면 부르는 게 값이라고 한다. 간혹 찍은 사진을 페이스 북에 올린다. 확실히 예술의 혼이 살아 있다. 경주 삼릉 숲속의 한국형 소나무 사진이다.
그러나 이렇게 보기 좋은 소나무들이 병을 앓고 있다. 재선충! 악마의 소나무질병이다. 산에 오르면 재선충 잡는다고 마구 베어서 쓰러지고 그것마저 비닐로 감싸 다른 나무에 옮지 못하도록 방재를 한다. 아깝다. 50년 100년 자라 재선충에 당하다니. 앞으로 한국형 소나무 보기가 어렵다.
새벽 손뼉치고 크게 웃어 웃음치료 하는 지인이 있다. 새벽 다섯 시에 시작하면 쉰 여명이 모여 든다고 한다. 소나무에 등치는 이보다 한 단계가 높다. 웃음을 미친 듯 크게 웃고 손바닥이 따갑도록 쳐댄다. 사람 삶은 살아 있는 동안에 튼튼하게 살아야 한다. 나도 웃고 손바닥 쳐 볼까?
소나무밑동에 등치는 노인은 건강하다. 야시골공원에서도 소나무에 등치는 것보다 새벽에 누군가 손뼉치고 웃음 치료하는 이가 나타나면 좋겠다.
(20201212. 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