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서수필 2/4다마 계룡산

(엽서수필 2) 49. 백두산 천지 보다

청림수필작가 2020. 10. 20. 12:28

“4다마 계룡산

49. 백두산 천지 보다

이영백

 

 연변에서 백두산까지 5시간 반이 걸린다. 어둑해질 때에야 겨우 백하임업국 앞에 왔다. 낯선 호텔에 도착하였다. 몸이 솜뭉치처럼 내려앉아 잠이 들고 말았다. 이른 아침 까마귀 소리에 잠이 깼다.

 비룡폭포를 보고 내려와서 달걀을 사 먹으려 하는 데 가이드가 빨리 내려오라고 손짓을 한다. 천지에 온통 햇볕이라고 전한다. 백두산을 서너 번 찾아야 한 번 정도 볼 수 있다는 천지를 단 한 번에 와서 맑은 날이라니 천우신조다. 해발 2,000m 안개는 걷히고 쨍하게 따가운 햇살이 비치며 비행기에서나 보는 구름바다가 보인다. 절경이다. 안개가 걷힌 백두산!

 곧은길을 곧장 달려올라 가는데 옆에는 고산화원(高山花園)이 아니던가? 녹색 밭에 노랑꽃이 듬성듬성 섞여 있다. 백두산은 정말 천변만화다. 높은 산꼭대기에 가로막는 집 한 채가 중국 장백산기상관측소. 집 모양새가 납작하게 팍 퍼져있다. 주차장에 여러 수백 대 자동차가 2,600m대 산꼭대기에 서 있다. 저만치 천문봉 위로 100여 명이 경쟁하듯이 올라가고 있다. 자동차에서 내리는 데 바람이 쌩쌩 분다. 산 흙은 희다. 백두산 천지주변 반경 70km 내에는 백색의 부석(浮石, 輕石)이 뒤덮고 있다.

 오르는 길이 가팔라서 오른쪽으로 둘러 올라갔다. 백두산을 애타게 갈망하여 찾아왔는데 드디어 내 눈앞에 천지(天池)”가 보인다. 다른 말이 필요 없다. ! 백두산! 직접 볼 수 있는 백두산 천지! 막연히 비탈길을 따라 숨을 헐떡이며 올라섰는데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백두산이 아플 정도로 사람들이 너무 많이 올라 와 있다.

 백두산 위는 바람이 너무 세차서 오래 있지를 못한다. 물기가 있는 안개가 바람 속에 포함되어서 여름인데도 너무 춥다. 햇볕은 쨍쨍 내려 쪼이고 천지의 수면은 반사하여 새파란 청포지 위에 은가루를 한 움큼 흩뿌린 것 같다. 하늘과 맞닿아서 경계가 모호하고, 자꾸 백두산 천지를 응시하다 그냥 빨려들어 가는 줄 알았다. 천지 속에 북한 쪽의 장군봉이 오롯이 들어 있다. 이제 더 오래 머물지 못해서 마음으로 모두 퍼 담아 왔다. 무척 추웠다. 그렇게 보고 싶었던 최초 백두산을 마음껏 보고 홀로 두고 왔다.

 오늘은 야싯골공원 정자에서 예전에 보았던 백두산 천지를 발하였다.

(202010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