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서수필) 108. 젉은이의 노래
108. 젉은이의 노래
이영백
나는 젊은이 시절을 이제 지났는가? 물론 나를 보고 ‘젊은이’라고 하지 않을 것이 일반적이다. 나를 무엇이라 불러 달라할까? 무슨 글엔가 한 번 보았는데 ‘늚이〔늘미〕’라는 말이 있어서 어느 순간에 나는 나의 글에도 사용하고, 또 그렇게 불리어지리라고 기다린 듯도 하였다.
누가 이의 제기를 하였다. 우리는 아직 늙지 않았다고, 스스로 자부하며 살아야 한다고 ‘늚이’대신에 ‘젉은이〔절근이〕’로 부르자는 것이다. 즉 가장 젊은 사람은 ‘어린이’, 다음은 ‘젊은이’요, 중간 청년은 ‘젉은이’라 적고, 아주 늙은 노인들을 ‘늚이’라 부르자고 제안하였다. 나도 이제 나의 글부터는 ‘젉은이’로 적고 그렇게 부르겠다고 다짐하였다. 또 이제 자주 ‘젉은이’로 쓰겠다.
‘젉은이’는 ‘젊은이’와 무엇이 다른가? 같은 ‘절’자 다음에 받침이 ‘ㄱ’이냐? ‘ㅁ’이냐의 차이겠다. 물론 ‘늚이’와‘젊은이’의 중간에 새로운 낱말 ‘젉은이’라 적고 사용하게 함은 분명 새로운 방법으로 제안하는 어휘(語彙)이기도 하다. 자꾸 적다보니 ‘젉은이’도 꽤 괜찮은 낱말처럼 보인다. 본래 ‘어린이’라는 말이 없었는데 소파 방정환(方定煥)이 만든 말이다. 소파가 최초로 만들어 사용하게 되었던 것이 오늘날 ‘어린이’라는 말이요, ‘어린이날’이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말은 사용하는 사람에게 달려 있는 것이다. 좋은 말은 좋다고 강조하지 않아도 사용하는 사람이 즐겨 사용하면 그렇게 좋은 말이 되고 말 것이다. “어린이-젊은이-젉은이-늚이” 이렇게 자꾸 사용하다 보면 즐겨 사용하는 좋은 말이라 여겨질 것이다. 듣기 좋은 ‘꽃노래’라고 할 것이다. ‘젉은이’ 어찌 이 낱말이 듣기에도 많이 나쁘지 않게 파형(波形)으로 나의 귀까지 들려와서는 자꾸 좋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그렇다. 새로운 낱말을 찾아 가장 먼저 찾아 즐겨 적고 사용하다보면 저절로 언젠가는 우리말, 우리글이 되고 말 것이다. 요즘 조선일보에서 우리말 찾기에 내어 봄직도 하다. 그래야만 전국적으로 보는 중앙지에서 홍보도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듣고 좋으면 즐겨 사용하고, 문학적인 글마다 적어 놓고 또 그렇게 불러보고 적어서 자주 사용할 일이다.
처음에 책 제목으로 ‘늚이의 노래’라 하였는데 이제 ‘젉은이의 노래’라고 고쳐 부르면 안 되겠냐? 마치 총각이 아가씨에게 하도 반해서 “우리 키스해도 될까요?”라고 묻는 것과 같지 않을까.
(2020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