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서수필) 91. 나의 정체성
91. 나의 정체성
이영백
사람으로 태어나서 가끔 멍 때리고 사는 경우가 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사람은 왜 살아가는가? 사람이란 무엇인가? 나는 무엇인가? 결과적으로 너무나 많은 화두(話頭)를 발화하고 그 답을 찾지 못하며 꾸물대고만 있다. 내 그럴 줄 알았다 그러다가 죽었겠지.
고교를 2년 늦게 다녔다. 1968년 입학하고 얼마 되지 않은 봄 교정에 “큰 나의 밝힘”이라는 석비(石碑)를 세우고 건립 고유제하는 것을 보았다. 왜 이런 비를 건립하는가라고 좀 낯설게 생각하였다. 물론 제자(題字)에는 “큰 나의 밝힘”이었다. 비문 속에는 “나란 나의 힘으로 생겨난 내가 아니다. 나란 나만으로서 있을 수 있는 내가 아니다. 나란 나 만에 속한 내가 아니다.”라고 돌에다 새겨 두었는데 깊은 뜻도 모르고 외었다.
그러면 나란 무엇인가?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가지게 되는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것이 해답일 것이다.
나는 세상의 인간이다. “♂(雄)”이란 모양을 가진 인간남자다. 그러면 나는 무엇으로 이루어져 나가 되었는가? 나는 무슨 성분으로 이루어졌는가? 살과 혈액, 그리고 뼈와 근육, 털(몸과 머리털 등), 수분과 음식물의 소화된 것 오물 덩어리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보이는 것을 제외하면 물론 사람의 마음도 성분이겠지. 바로 선과 악이 포함될 것이다.
또 인간으로서 어디, 무엇에 속하고 있는가. 위치적 소속이 어디인가? 출생은 경상북도 경주다. 넓게는 지구에 살며, 아시아, 동북아, 대한민국 어느 지역 시민에 속한다. 또 혈연적 소속은 무엇인가? 이(李)가 성을 가진 “차성(車城)”이라는 본관을 가지고 태어났다. 호군공파 40세(世) 백(伯)자 항렬을 받았다. 가족적으로는 父 휘수상(壽祥)과 母 경주최씨 휘두봉(斗鳳)의 다섯 번째 아들이다. 형 네 분은 정백, 성백, 평백, 원백이요, 누나 다섯 분은 일출, 해출, 윤출, 순출, 종출이다. 뿐만 아니라 직업적으로는 최초로 대한민국 별정직 공무원 초등학교 교사, 사립전문대학 일반 행정 7급(부주사)에서 3급(부참여)으로 퇴직하였다. 문학적 소속으로 대한민국 한비문학회 수필분과에 2018년~2019년, 2020년~현재 등 연속으로 분과회장과 회원으로 존재한다.
나란 무엇인가? 나의 밝힘에도 누구인지 모르는 것이 나의 정체성이다.
인간은 왜 태어나 살아가면서 고행을 하는가? 종교인도 아니며 보통 사람으로서 화두는 가당찮다. 나는 누구이며 과연 나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2020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