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청림/산문시-ㅌ)1726.탁주濁酒
청림산문 |
1726.탁주濁酒
이영백
cafe.daum.net/purnsup
아버지는 농군農軍이었다.
새벽부터 먼 벌판으로 나가시고는 한 밤중에 들어오셨다.
어머니 새벽에 아침을 준비하여 머리에 이고 논으로 나가셨다.
오가는 시간을 줄여야 일을 더 많이 하시기에 그렇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벌써 새참시간이 되어 술 주전자 들었다.
또 집으로 돌아오면 벌써 점심 준비를 바로 하여 들고 나가신다.
오후 새참도 그렇게 들고 나가셨다.
오로지 밤이 시작하는 여덟시나 되어서 집에 들어 오셔서
저녁을 잡수시고 쉬셨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농사철이면 이런 일이 반복되었다.
새참에 나가는 술은 집에서 몰래 담갔다.
술이 익어서 체에 막 걸렀기에 막걸리인 탁주濁酒*이었다.
간혹 어머니가 바쁘시면 새참은 내가 나른다.
주전자에 막걸리를 담고 주전자 뚜껑 없이 그 위에 보시기를 걸치고,
잘 익은 김치를 얹어 안주라고 담고 이제 주전자 뚜껑을 덮어준다.
주전자 부리에 젓가락 두 짝을 꽂아주었다.
새참이 늦으면 큰일 난다.
늦을세라 날쌘 돌이로 달려가도 늦었다고 타박하신다.
어린 내가 달려 본들 오십보백보지.
아장아장 걸음에 십 리길을 아버지 찾아 논바닥으로 가면
황소 논둑에 풀 뜯기고 주전자 들어 보시기인 잔에 술을 마신다.
안주로 김치 한쪽, 막걸리 드신 후 수염에 묻은 탁주물기를 터신다.
그렇게 하루 새참 두 번 나르는 막걸리 심부름에 종일 다리가 아프다.
(청림/20100. 20171023.)
*탁주濁酒 : 막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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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泳 伯 (1950∼) 경주産. 대구거주. 호 靑林. 필명 청림숲힐.
●교육자 ●교육행정가 ●보학가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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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명대학교교육대학원 교육학석사/○차성이씨중앙대종회 사무총장
현) e이야기와 도시 대표/ 현) 영남이공대학교 50년사 편찬위원
●2012년 월간 한비문학 신인문학상 수필부문수상으로 수필가 등단
○한국한비문학회 회원/○수필과지성문학회 부회장
●제6회 한비신인 대상 수상(2012년 12월)
●LH ․ 여성동아 공동 에세이 공모전 동상 수상(2013년 1월)
●매일신문사 제1회 매일시니어문학상 논픽션 우수상 수상(2015년 7월)
●매일신문사 제2회 매일시니어문학상 수필 특선 수상(2016년 7월)
●제10회 한비 작가상 수상(2016년 11월)
●DGB 50주년 스토리공모전 우수상 수상(2017년 9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