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성인)푸른 숲 수필가·20100/청림·20100의 습작 시

[스크랩] (청림/산문시-ㅌ)1726.탁주濁酒

청림수필작가 2017. 10. 23. 00:43

청림산문

1726.탁주濁酒

이영백

cafe.daum.net/purnsup

 

아버지는 농군農軍이었다.

새벽부터 먼 벌판으로 나가시고는 한 밤중에 들어오셨다.

어머니 새벽에 아침을 준비하여 머리에 이고 논으로 나가셨다.

오가는 시간을 줄여야 일을 더 많이 하시기에 그렇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벌써 새참시간이 되어 술 주전자 들었다.

또 집으로 돌아오면 벌써 점심 준비를 바로 하여 들고 나가신다.

오후 새참도 그렇게 들고 나가셨다.

오로지 밤이 시작하는 여덟시나 되어서 집에 들어 오셔서

저녁을 잡수시고 쉬셨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농사철이면 이런 일이 반복되었다.

 

새참에 나가는 술은 집에서 몰래 담갔다.

술이 익어서 체에 막 걸렀기에 막걸리인 탁주濁酒*이었다.

간혹 어머니가 바쁘시면 새참은 내가 나른다.

주전자에 막걸리를 담고 주전자 뚜껑 없이 그 위에 보시기를 걸치고,

잘 익은 김치를 얹어 안주라고 담고 이제 주전자 뚜껑을 덮어준다.

주전자 부리에 젓가락 두 짝을 꽂아주었다.

 

새참이 늦으면 큰일 난다.

늦을세라 날쌘 돌이로 달려가도 늦었다고 타박하신다.

어린 내가 달려 본들 오십보백보지.

아장아장 걸음에 십 리길을 아버지 찾아 논바닥으로 가면

황소 논둑에 풀 뜯기고 주전자 들어 보시기인 잔에 술을 마신다.

안주로 김치 한쪽, 막걸리 드신 후 수염에 묻은 탁주물기를 터신다.

 

그렇게 하루 새참 두 번 나르는 막걸리 심부름에 종일 다리가 아프다.

 

(청림/20100. 20171023.)

*탁주濁酒 : 막걸리.

----------------

李 泳 伯 (1950) 경주. 대구거주. 靑林. 필명 청림숲힐.

교육자 교육행정가 보학가 수필가

-------------------

계명대학교교육대학원 교육학석사/차성이씨중앙대종회 사무총장

) e이야기와 도시 대표/ ) 영남이공대학교 50년사 편찬위원

2012년 월간 한비문학 신인문학상 수필부문수상으로 수필가 등단

한국한비문학회 회원/수필과지성문학회 부회장

6회 한비신인 대상 수상(201212)

LH 여성동아 공동 에세이 공모전 동상 수상(20131)

매일신문사 제1회 매일시니어문학상 논픽션 우수상 수상(20157)

매일신문사 제2회 매일시니어문학상 수필 특선 수상(20167)

10회 한비 작가상 수상(201611)

DGB 50주년 스토리공모전 우수상 수상(2017920)

출처 : 청림작가 이영백
글쓴이 : 청림작가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