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청림/산문시-ㅊ)1652.첫날밤
청림산문 |
1652.첫날밤
이영백
cafe.daum.net/purnsup
나는 남자男子고, 내자 될 사람은 처자處子였다.
그날 남자와 처자가 만나서 결혼하였다.
하도 빈곤하여 신혼여행을 부산으로 택하였다.
대구 달성공원 앞 대성예식장에서 호랑이 울음소리가 들린다는
1974년 4월 20일 오전 10시에 결혼식을 올렸다.
신혼여행지 부산을 가려고 택시타고, 동대구터미널로 갔다.
웃비가 사~그랑 내리는데도 천일고속 그레이하운드 타고 부산으로 갔다.
부산(서면고속버스주차장 시절)에 내려 예약해 둔 서울호텔을 가기 위해
터미널 앞에서 신부와 택시를 불러 타려고 하였다.
기사 왈 저 앞에 보이는 곳이 그 호텔이라 예, 예서 마 걸어 가이소.
아저씨 오늘 결혼하고 신부가 피로하니 고만 태워다 주이소.
태어나고 가장 가까운 거리를 겁도 없이 택시로 이동하였다.
부산에 있는 이름만 서울호텔, 결혼하고 첫날밤*을 보낼 그곳이었다.
가방을 들고 프론트front에 가서 예약한 방을 달라고 하니
세상에 이런 일이 있나, 경천동지할 일이 있나?
부산 살았던 끝에 형에게 호텔예약금을 드렸는데 예약하지 아니하였다.
먹고 살기가 어려웠던지 예약금을 받아서는 사용하고
무슨 사연지 모르겠지만 아예 호텔예약은 되어 있지 않았다.
신혼 첫날부터 꼬이기 시작하였다.
조그만 대기실에서 방을 준비할 때까지 기다렸다.
그 기다리는 시간이 신라 천년같이 길고 길었다.
인륜지 대사인 결혼식을 치르고 났으니 피곤도 하였다.
오랜 시간을 지나서 겨우 둘은 그렇게 초야初夜를 시작하였다.
(청림/20100. 20170810.)
*첫날밤 : 신랑신부가 처음으로 함께 자는 밤. 초야初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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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泳 伯 (1950∼) 경주産. 대구거주. 호 靑林. 필명 청림숲힐.
●교육자 ●교육행정가 ●보학가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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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명대학교교육대학원 교육학석사/○차성이씨중앙대종회 사무총장
현) e이야기와 도시 대표/ 현) 영남이공대학교 50년사 편찬위원
●2012년 월간 한비문학 신인문학상 수필부문수상으로 수필가 등단
○한국한비문학회 회원/○수필과지성문학회 부회장
●제6회 한비신인 대상 수상(2012년 12월)
●LH ․ 여성동아 공동 에세이 공모전 동상 수상(2013년 1월)
●매일신문사 제1회 매일시니어문학상 논픽션 우수상 수상(2015년 7월)
●매일신문사 제2회 매일시니어문학상 수필 특선 수상(2016년 7월)
●제10회 한비 작가상 수상(2016년 1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