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청림/산문시-ㅈ)1503.장목비
청림산문 |
1503.장목비
이영백
cafe.daum.net/purnsup
방청소는 자연히 꼬맹이인 내가 하여야 했다.
큰방에는 장목비* 여러 개가 벽을 지키듯, 자랑하듯 걸려있다.
오래된 비는 방바닥에 쓸리는 숱이 모두 닳아서 버려야 한다.
해마다 장목비를 만들기 위해 장목수수를 심는다.
장목수수는 수수의 한 품종이다.
이삭의 줄기가 길며, 알이 잘고 껍질이 두꺼워 품이 낮다.
그래도 시골에서는 상품화된 빗자루를 돈 들여 사지 않고,
자급자족하기 위해 해마다 씨를 뿌려 장목수수를 키운다.
닳아 버린 몽당비를 버리기 위해 올해도 수수를 베어다가
열매는 떨어 수수떡이나 팥죽 쑬 때 같이 쓰고,
수숫대는 목을 길게 남기고 잘라 말린다.
어려서 등 넘어 아버지 장목비 만드는 것을 눈여겨 훔쳐보았다.
혹시 나도 어른이 되면 자급자족해야 하는 걱정이 앞서서….
씨앗 떨고 수숫대 남은 것을 조금씩 작은 단을 만들어 묶고,
이것을 차례로 모아서 또 묶고, 다섯 번 정도 묶는다.
이제 그러모아 쥐고서 군데군데 노끈으로 묶으면 비의 자루가 된다.
끝에는 대나무로 고리를 만들어 끼우면 장목비가 완성된다.
장목비는 바닥 쓸기가 껄끄럽지만, 갈대 비는 보드라워 잘 쓸린다.
그래도 자급자족으로 두루 만들어 장목비를 잘 쓴다.
(청림/20100. 20170311.)
*장목비 : ①꿩의 깃을 묶어 깃대 끝에 꽂는 꾸밈새. ②장목수수로 만든 비.
*장목수수: (식) 수수의 한 품종. 이삭의 줄기가 길며, 알이 잘고 껍질이 두꺼워 품이 낮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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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泳 伯 (1950∼) 경주産. 대구거주. 호 靑林. 필명 청림숲힐.
●교육자 ●교육행정가 ●보학가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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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명대학교교육대학원 교육학석사
○차성이씨중앙대종회 사무총장
현) e이야기와 도시 대표
현) 영남이공대학교 50년사 편찬위원
●2012년 월간 한비문학 신인문학상 수필부문수상으로 수필가 등단
○한국한비문학회 회원
○수필과지성문학회 부회장
●제6회 한비신인 대상 수상(2012년 12월)
●LH ․ 여성동아 공동 에세이 공모전 동상 수상(2013년 1월)
●매일신문사 제1회 매일시니어문학상 논픽션 우수상 수상(2015년 7월)
●매일신문사 제2회 매일시니어문학상 수필 특선 수상(2016년 7월)
●제10회 한비 작가상 수상(2016년 1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