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청림/산문시-o)1395.우인友人
청림산문 |
1395.우인友人
이영백
cafe.daum.net/purnsup
그 해를 넘기지 않는다고 갑자기 날 받아서
넷째 누나 시집을 간다네.
그것도 섣달그믐 전날에 구식 결혼을 한다고
온 동네가 시끌벅적하게 설 준비와 함께 하였지.
사모관대를 쓰고 우리 집 마당으로 걸어 들어오는 신랑이 있네.
높은 상床을 내어 살아 있는 수탉을 묶어 두고,
쌀도 한 그릇 얹어 두고, 혼례를 한다네.
1963년 2월이니 말로서는 구식으로 하고.
결혼식에 따라 온 우인友人*들은 모두 양복을 입었고,
시골집 마당을 그득하니 메웠다.
결혼 구식의례가 끝나고,
신식 통과의례가 아직도 남아있었다.
짓 굿은 우인들이 색종이테이프 폭탄을 터뜨리고
밀가루를 흩뿌리고,
사인지 모아들고 칭찬인지, 조롱인지 섞인 소리로 낭독도 하고,
따라온 우인들이 새신랑을 여러 방법으로 괴롭힌다.
구식에서 조금 벗어난 신식을 섞은 결혼이었다.
우인들이 늦게까지 집으로 돌아 갈 생각이 없이
머릿방에 거나하게 상차림으로 들어가고,
노랫가락으로 동네를 시끄럽게 한다.
우인들은 언제 집으로 가려는지 모두 술에 취하였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니 우인들이 단체로 사라졌는데
아마도 불국사역전 여관으로 갔지 싶다.
(청림/20100. 20161120.)
*우인友人 : 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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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泳 伯 (1950∼) 경주産. 대구거주. 호 靑林. 필명 청림/20100.
●교육자 ●교육행정가 ●보학가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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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명대학교 교육대학원 국어교육전공 교육학석사
○차성이씨중앙대종회 사무총장
현) e야기와 도시 대표
현) 영남이공대학교 50년사 편찬위원
●2012년 월간 한비문학 신인문학상 수필부문수상으로 수필가 등단
○한국한비문학회 회원
○수필과지성 창작아카데미 수료
●매일신문사 제1회 매일시니어문학상 논픽션부문 우수상 수상(2015년 7월)
●매일신문사 제2회 매일시니어문학상 수필부문 특선 수상(2016년 7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