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성인)푸른 숲 수필가·20100/청림·20100의 습작 시

[스크랩] 청림/20100산문시-ㅅ)1025.사숙私塾

청림수필작가 2015. 11. 12. 10:41

 

청림산문

1025. 사숙私塾

이영백

cafe.daum.net/purnsup


근대의 교육방법은 학교에 보내질 아니하였다.

내가 체험한 것은 서당書堂이었다.

우리 마을에 사설 서당이 하나 있었다.


알고 보니 훈장訓長님은 우리 고장에서

한문漢文공부를 제일 잘 하신 모양이었다.

훈장은 천석지기 집의 규수閨秀와 결혼하였다.

결혼조건으로 아담한 집 한 채와 논 일곱 마지기,

땔감이 생산되는 마을 앞에 일천 평짜리 산山까지 받았다고 하였다.


마을 서당이름이 택호와 같은 물봉勿奉서당이라 하였다.

훈장님 택호도 물봉댁으로 그 뜻이 이상하였다.

물봉이란 지명이 아니고, ‘성심으로 사랑하고 받들라’는 뜻이었다.

여자가 남자를 그렇게 하라는 것이 아니고,

남자(=훈장)가 여자(=훈장 부인)를 그렇게 하라는 것이었다.


초교 다니기 전에 서당인 사숙私塾*에서는

사숙의 이름만치 ‘성심으로 사랑하고 받들겠다.’ 는 흔적이 보였다.


훈장님이 밥을 하고 밥상을 들고 들어오면 방안에서는

훈장 사모님이 몸단장하고, 정좌하고 밥 잡수실 준비만 하였다.

훈장님이 밥 위에 뼈 발긴 고기반찬을 얹어 드시도록 하였다.


내가 본 장면으로는 지금도 잊지 못한다.

정말 훈장님이 그렇게 자상할 수가 없었다.

밥에 보리쌀이 섞여 잘 안 씹힌다고 하나같이 먹던 밥에서

보리쌀 섬유질을 밥상머리에 뱉어 내어 놓았다.

훈장님은 그것을 일일이 손으로 긁어모아 강아지 밥으로 주었다.

어린 날 사숙에서 본 장면은 참 기이奇異하였다.

(청림/20100. 20151112.)

*사숙私塾 : 사설의 서당. 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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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 온 사진)

*물봉서당에는 대나무꽃이 피고 망가(亡家)가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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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泳 伯 (1950∼) 경주産. 대구거주. 호 靑林. 필명 청림/20100.

●교육자 ●교육행정가 ●보학가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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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명대학교 교육대학원 국어교육전공 교육학석사

○차성이씨중앙대종회 사무총장

현) e이야기와 도시 대표

●2012년 월간 한비문학 신인문학상 수필부문수상으로 수필가 등단

○한국한비문학회 회원

○수필과지성 창작아카데미 제18기 수료

●매일신문사 제1회 매일시니어문학상 논픽션부문 우수상 수상(2015년 7월)

출처 : 청림/20100/수필가 이영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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