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청림/20100산문시-ㅅ)1023.사서沙書
청림산문 |
1023. 사서沙書
이영백
cafe.daum.net/purnsup
이제 막 글씨를 배웠는지 모를 일이었다.
시골 길 바닥 위에 개발 새발 글씨로
누구누구 엄마 × × 라고 써 두었다.
누구누구 엄마가 뭐 어쨌다고
온 동네 사람들 글 아는 사람이면 다 볼 곳에
그렇게 써 두었나?
차라리 운치라도 있을라치면
차라리 물 흐르는 도랑 맑은 모래 위에나 사랑 한다 × 자는 어때?
1973년 5월 바닷가 시골 초등학교에
그렇게 원했던 직장 교사로 발령이 났다.
교문 앞 9m거리에 동해 바다〔海〕였다.
일요일 아침마다 새벽 다섯 시
바닷가 백사장을 밟으며 모포 2리 칠전을 지나
대진리 조기청소 점검을 나간다.
흰 모래밭을 밟으면 마치 눈 온 길 위를 걷듯
뽀드~득 뽀드~득 발자국 소리가 난다.
푸른 바닷물이 파도 되어 처~얼~썩, 처~얼~썩 소리로 걸음장단 맞춘다.
대진리 지나기 전 바닷가 모래 위에 쓴 사서沙書*
곧 파도에 휩쓸리고 말 사서, 선× 사랑해!
조기청소 모두 마치고 흰 모래밭으로 다시 걸어온다.
바닷가 밀려나온 곰치 한 마리 주워 들고,
곧 파도에 휩쓸리고 말 모래 위에 선× 사랑해라고 다시 써 두고 왔다.
(청림/20100. 20151110.)
*사서沙書 : 모래가 깔린 땅 위에 글씨를 쓰는 일. 또 그 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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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 온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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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泳 伯 (1950∼) 경주産. 대구거주. 호 靑林. 필명 청림/20100.
●교육자 ●교육행정가 ●보학가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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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명대학교 교육대학원 국어교육전공 교육학석사
○차성이씨중앙대종회 사무총장
현) e이야기와 도시 대표
●2012년 월간 한비문학 신인문학상 수필부문수상으로 수필가 등단
○한국한비문학회 회원
○수필과지성 창작아카데미 제18기 수료
●매일신문사 제1회 매일시니어문학상 논픽션부문 우수상 수상(2015년 7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