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청림/20100산문시-ㅂ)929.분사憤事
청림산문 |
929. 분사憤事
이영백
cafe.daum.net/purnsup
줄줄이 오리온 사탕의 제일 끝에 마감 처리된 사람.
열 명의 형제 ․ 자매 중에 제일 끝에 태어난 나로서
태어나게 해 준 것만으로도 감지덕지 했어야 했단다.
큰형은 제일 먼저 태어난 사람이기에 그렇게 생각하란다.
나는 실패 한 사람은 절대로 아니거든.
그러나 짧은 삶을 살면서
잡친 일, 실패한 일이 어디 한두 가지이겠는가?
내 인생에 분사憤事*한 일이 왜 없겠는가?
초임 교사 시절 넷째 누나 울산 집에 갔다가 돌아 나오던 중에
추워서 울산 시외버스정류장으로 급히 뛰어 가던 중
나를 멈춰 서게 한 자칭 모회사 회사원이라며 다가섰는 데,
다니던 회사가 부도직전이라 양복감을 내다팔게 되었다고
나에게 특별히 저렴한 값으로 싸란다.
신사 양복지 싸게 파는 것이니 보태주는 셈치고 싸가란다.
얼치기 나 좀 보소.
신사복지 금삼만 원 주고 돌돌 말아 주는 천을 가지고 집에 왔는데,
펼쳐보니 한 벌은커녕 윗저고리도 못 만들 크기의 자투리 천이었네.
내자 분개하여도 나는 영일군에 살았고, 다시 울산까지 차비는?
일진 나쁜 날이었네 하고 그만 포기하여 버렸네.
또 간밤에 돼지 꿈 잘 꾸었다고 사람마다 하는 로또 복권을
거금 일만 원 투자하였네.
추첨 하는 날 시간 맞춰 끝까지 기다렸는네.
모두 꽝으로 일주일간은 기뻤고, 떨어져 남을 도와주었으니 기분 좋았네.
잡친 일로, 부질없는 돈 몇 푼 때문에 분사憤死까지는 못 하잖아.
(청림/20100. 20150808.)
*분사憤事 : 잡친 일. 실패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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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泳 伯 (1950∼) 경주産. 대구거주. 호 靑林. 필명 청림/20100.
●교육자 ●교육행정가 ●보학가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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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명대학교 교육대학원 국어교육전공 교육학석사
○차성이씨중앙대종회 사무총장
현) e이야기와 도시 대표
●2012년 월간 한비문학 신인문학상 수필부문수상으로 수필가 등단
○한국한비문학회 회원
●매일신문사 제1회 매일시니어문학상 논픽션부문 우수상 수상(2015년 7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