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성인)푸른 숲 수필가·20100/청림·20100의 습작 시

[스크랩] (푸른 숲/20100습작 시-ㅁ)658.멍석

청림수필작가 2014. 11. 9. 00:20

신작시

658. 멍석

이영백

cafe.daum.net/purnsup

 

농사짓는 시골에서는 멍석*자리 깔아 저녁을 먹는다.

큰 채 입구 언저리에 남폿불을 달아 놓고,

늦은 저녁, 달도 없는데 우리 식구 저녁의 만찬이 준비된다.

 

멍석을 사용하지 않을 때는 돌돌 말아 두었는데

이를 사용하려면 두 사람이 양 끝을 들고 나와 마당에 펴두고,

마당비 쓰던 대빗자루 들고,

힘들여 멍석 위를 싹싹 쓸어낸다.

양 끝부분에 돌돌 말려 올라오는 것을 장작개비로 눌러 놓네.

 

밥 먹을 사람 수만큼 큰 상을 내다 펴고,

부엌에서 반찬이랑 밥을 퍼다 나르면

수저도 덩달아 놓여지고,

왁자지껄하던 밥상 앞에 음식 먹을 수 있으니

집 전체가 조용히 수저 들고, 놓고 하는 소리만 들린다.

시골 농촌에서 최고의 저녁 만찬이 시작된다.

 

저녁 어둠이 내리면서 아직 홰를 오르지 못한 닭들이

고고 거리며 멍석 둘레를 배회한다.

덩달아 백구白駒는 주인 둘레를 돌며 공연히 낑낑 거린다.

아직 외양간으로 들어가지 않은 황소는 목청껏 하릴없이 울어준다.

 

우리 집은 멍석을 여럿 짜둔 것이 이리도 잘 쓰이네.

평소에는 곡식을 느는데 사용하지만,

온 식구가 모이면 멍석 위에서 저녁 만찬을 마련한다.

식사 전 아버지의 일장 연설이 끝나고, 수저 오르내리는 소리에 즐겁다.

 

(푸른 숲/20100. 20141109.)

*멍석 : 짚으로 새끼 날을 싸서 엮은 큰 자리. 흔히 곡식을 너는 데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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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 온 사진)

 

 

 

 

 

 

 

출처 : 푸른 숲/20100(수필가 이영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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