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성인)푸른 숲 수필가·20100/청림·20100의 습작 시
[스크랩] (푸른 숲/20100습작 시-ㅁ)649.매향埋香
청림수필작가
2014. 10. 30. 22:43
신작시 |
649. 매향埋香
이영백
cafe.daum.net/purnsup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열 형제자매 중에 제일 큰 누이
금년 여든 셋으로 저 세상으로 가셨네.
내가 열 번째 아들로 늦게 태어난 원죄로,
아버지 신학문 하지 말라는 이상한(?) 철학 때문에
초교 졸업하고 2년간 서당 다니고 농사일 도우다가
농사일 도중에 강의록으로 중학교 마치고,
하지 말라는 공부 더 하려고 몰래 가출家出하여
큰 누이 집에 가서 밥 얻어먹고 죽으라고 공부만 하였네.
아버지 갑자기 사라진 막내아들이 걱정되지 싶어서
가정교사 하면서 학비 만들고 교복 걸치고 가방 들고 집에 들어가니까
아버지 이놈 잘 되었다고 하면서
교복 뺏어 아궁이에 집어넣어 버렸네.
어머니 혼비백산하여 교복에 묻은 재를 털고,
생 울타리 사이로 가방 내어주면서
신학문이 뭔지 하고 싶으면 이 길로 가서, 어디라도 가서
공부 마치고 오라고 해서
다시 원점으로 큰 누이 집에 밥 얻어먹고, 잠 잘 곳을 구했네.
그렇게 일 년이 지나자 아버지 모른 척 해주어 집으로 돌아왔지.
그랬든 누이가 금년 여든 셋에
집 떠나 먼 황천길을 떠나셨네.
마지막 내가 할 일, 매향埋香*이라도 하여야겠다.
(푸른 숲/20100. 20141031. 큰누이 장례에 참가하면서)
*매향埋香 : 내세來世의 복을 빌기 위하여 향을 강이나 바다에 잠가 묻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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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 온 사진)
출처 : 푸른 숲/20100(수필가 이영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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