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푸른 숲/20100습작 시-ㅁ)604.마당
신작시 |
604. 마당
이영백
cafe.daum.net/purnsup
시골 마당*에는 무엇인가 수북이 쌓이고 있네.
제일 먼저 마당은 나의 놀이터이고,
마당에는 볏가리가 있고,
마당에는 가금家禽인 닭들이 노닐고,
마당에는 항상 집을 지키는 바둑이가 있고,
마당에는 황소와 누렁이 암소가 묶여 울어 주고,
마당에는 내가 짐을 질 때 쓸 작은 지게가 있고,
마당에는 가장 땅이 잘 고르고 단단한 곳이며,
마당에는 먼지 난다고 물 뿌리고,
마당에는 항상 고운 마당비로 바닥을 깨끗이 쓸어 두었고,
마당에는 항상 짚북데기가 늘려 있고,
마당에는 삼을 베어모아다가 껍질을 벗기고,
마당에는 누에치는 뽕나무 가지를 쳐다 두고,
마당에는 큰 머슴이 먼 산에서 해 온 물걸이를 부려 두고,
마당에는 중 머슴이 아찰이 위에다 참꽃과 송기를 꽂아 내려 두고,
마당에는 가장 행복한 타작을 하려고 볏단이 쌓이고,
마당에는 비가 오면 먼지가 사라지면서 뽀록∼뽀록 작은 물방울이 생기고,
마당에는 참기름을 짜려고 기름틀이 놓이고,
마당에는 우리 동네 어르신들이 나달이 하려고 모이고,
마당에는 대보름달이 뜨면서 동네 분들이 지신을 밟고,
마당에는 우리 형제들이 오손 도손 멍석 깔고 하늘의 은하수를 공부하고,
마당에는 누이들이 아버지 명주바지 다림질 하고,
마당에는 찾아온 무전여행 대학생들이 밥 먹고 뉘어 편안히 쉬고,
마당에는 저녁에 아버지 심청전沈淸傳, 이혈룡전李血龍傳을 창하고,
마당에는 어머니 저녁 후에 옥수수·고구마 삶아 간식 내는 곳이 된다.
(푸른 숲/20100. 20140909.)
*마당 : ①집 앞의 앞뒤나 어떤 곳에 닦아 놓은 단단하고 평평한 땅. ②어떤 일이 일어나거나, 일을 당하는 그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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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 온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