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성인)푸른 숲 수필가·20100/청림·20100의 습작 시

[스크랩] (푸른 숲/20100습작 시-ㄷ)553.동냥

청림수필작가 2014. 7. 20. 09:54

신작시

553. 동냥

이영백

cafe.daum.net/purnsup

 

동냥아치가 동냥*을 다닌다.

동냥은 스님도 될 수 있고, 거지·동냥아치도 될 수 있다.

 

부끄러움 없이 동냥질을 해 본 경험이 있다.

중학교 2학년 때

태풍이 온다는 시기에도 잘 모르고 고향을 떠나 포항에 도착하였다.

태풍으로 배가 꼼짝 못하고 정박되어 있다.

포항에서 이틀 동안 기다리다가 해제되어 배에 올랐다.

1966년 480명 정원인 청룡호靑龍號를 타고 태풍 속으로

27명이 겁도 없이 생물선생님 말만 듣고

수학여행 아닌 수학 여행길을 오르고 말았다.

45도씩 기울어진 배를 타고 구사일생으로 울릉 도동항에 도착하였다.

 

도착 처음에는 가지고 간 쌀로 밥을 해 먹었다.

비가 내리고 길 걷기도 어렵고 겨우 저동초등학교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사흘을 지나고 나리령을 지나 천부를 지나 현포초교에 도착하고,

이후 태하 등대를 보고 통구미를 지나는데 배가 너무 고파왔다.

남양초교에서는 아무것도 못 얻어먹어서 동냥 길에 나서고 말았다.

당시 울릉도에는 얻을 수 있는 것이 감자와 옥수수뿐이었다.

2명씩 짝을 지어 쌀자루를 들고 가가호호 방문하여 사실 얘기를 하고

감자와 옥수수를 얻어 왔으나 겨우 간식밖에 못 하였다.

 

보리쌀 한 되 70원, 국수 한 묶음에 30원하였다.

국수를 사다가 바케스에 보리쌀 한 줌 넣고 끓여서

나무젓가락으로 먹는데 입에는 안 들어오고 교실바닥에만 흘리고 말았다.

 

(푸른 숲/20100. 20140720.)

*동냥 : ①(불)중이 시주를 얻으려고 돌아다님. ②거지·동냥아치가 돌아 다니며 구걸함.

출처 : 푸른 숲/20100(수필가 이영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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