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성인)푸른 숲 수필가·20100/청림·20100의 습작 시

[스크랩] (푸른 숲/20100습작 시-ㄷ)500.달팽이

청림수필작가 2014. 5. 26. 17:05

신작시

500. 달팽이

이영백

cafe.daum.net/purnsup

 

내 인생의 업보만큼 집을 지고 다니네.

오늘은 어디로 가시나이까?

처음에 껍질 속에 숨어 있더니,

활동을 시작해도 이 빠른 세상에 느림의 미학美學인지

세월아, 네월아 하고도 사네.

 

네 이름도 참 많구나.

와우蝸牛, 부라, 산와山蝸, 이유螔蝓, 여우蠡牛, 토우아土牛兒…….

우리말로는 “달팡이”라고도 하고,

사투리로는 “골배이, 달파니, 달패이, 할미 고디”라고도 한다네.

너를 식용으로 하는 프랑스에서는

“에스카루고”라 한다지.

 

머리에 뿔이 둘 있어서 안테나 역할을 하네.

눈은 있으되 명암明暗만 구분하니

참 어렵겠네.

 

세상에 짐을 모두 지고 다녀도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아니하니 그만도 다행일세.

너의 사촌 쯤 되는 민달팽이는

보기에도 민망하구나.

족속은 같아도 집도 없이 사는 민달팽이가 가련하네.

달팽이 집 곱돌아 나오는 시간에도 세월은 흐르네.

 

(푸른 숲/20100. 20140526.)

*달팽이 : (동)달팽이과의 연체동물. 나선형의 껍질을 지고 다니며, 자웅동체로 난생임. 두부에 두 개의 뿔이 있고 그 끝에 명암만 판별하는 눈이 있음. 여름철 다습多濕시나 밤에 나무에 올라 세균·어린 잎 등을 먹음.

출처 : 푸른 숲/20100(수필가 이영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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