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푸른 숲/20100습작 시-ㄷ)496.단편소설短篇小說
신작시 |
496. 단편소설短篇小說
이영백
cafe.daum.net/purnsup
나잇살에 하루하루를 단편소설短篇小說*로 쓰고 산다.
또, 그런 편린片鱗이 모이면 물론 장편소설이 되겠지.
오늘의 제목은 “나잇살에 소일消日”,
내자·처제와 나와 셋은 저녁 답이 다가오면서 대구 지산동 목련시장을 찾아간다. 이제 늙어서 자가용을 버리고, 시내버스를 탄다. 그것도 두 번이나 갈아타야 한다. 먼저 대구엠비시 맞은편으로 가려면 우리 집을 나와 차가 덜 다니는 동천초교 학생등굣길로 나가면 도심의 차량매연을 덜 마시고 버스정류장에 도착할 수 있다. 평소에도 복잡한 814번을 타고 어린이회관 못 미쳐 내리면 버스환승역으로 도시철도 3호선 앞에 기다린다. 이제는 402번 버스에 몸을 다시 갈아 태운다. 대구티비시를 지나 두산오거리를 경유, 좌회전하면 수성아트센터와 대구경찰청 앞으로 지나면서 지산동에 도착하고 조금 더 가서 목련아파트 앞에 내리면 바로 목련시장이 있다. 마치 내 집 드나들듯 목련시장 안으로 들어가면서 반찬가게를 구경하고, “백록담 통돼지”집에 쑤욱 들어가 버린다. 앉자말자 수육정식 3인분을 주문하니 기본반찬이 나올 때 소주 한 병을 주문하였다. 유리 소주잔에 첫잔 붓는 소리가 골골골∼거리고, 두 번째 잔부터는 소리가 안 난다. 제법 손님이 모여들기 시작하여 우리들도 맛나게 소주 한 잔에 커∼소리 내면서 술 마시는 폼이 폼 나게도 마신다. 정말 인생 잘 살았다. 이 나이가 되면서 소주 한 잔에 즐거움을 맛보다니 다행이다. 시장 앞으로 나오면서 도로가 난전에서 짭짜리 일년감 한 상자를 일만 오천 원에 샀다. 내자와 검은 비닐봉지에 나누어 들고, 집으로 돌아 왔네. 한 봉지는 먹고, 다른 한 봉지는 손녀에게 먹여야지. 배부르니 나잇살에 오늘 소일한 것이 좋다.
이것이 나의 인생 나잇살에 오늘 소일거리를 써 본 단편소설이다.
(푸른 숲/20100. 20140522.)
*단편소설短篇小說 : 인생의 어떤 특수한 면을 주제로 하되 간결하게 표현한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