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성인)푸른 숲 수필가·20100/청림·20100의 습작 시

[스크랩] (푸른 숲/20100습작 시)273.고언高言

청림수필작가 2013. 10. 10. 09:27

신작 시

273. 고언高言

이영백

cheonglim03@hanmail.net

 

길가에 자란 뱁쟁이

사람에게 밟히어도, 밟히어도

자라고 있다네.

 

사람도 마찬가지여.

한미하고 보잘 것 없는 집안에서 자라도

삼시 세끼 모두 밥 잘 먹고 잘 살지.

 

조상 모시는 향사享祀에서도

맨 뒷줄에 군소리 없이 서 있다네.

심지어 서자庶子로는 섬돌 아래에서 제사를 본다네.

평생을 두고 고언高言*도 못하고,

숨죽이고만 살았다네.

 

길가에 자란 개비름

사람에게 밟히고, 날이 가물어도

살찌게 자라나는 건 개비름이라네.

참비름은 식용으로 모두 걷어가고, 개비름만 남았다네.

 

개비름은 거름용으로 단체로 베이어

그냥 거름 속으로 들어갔네.

개비름은 거름 속으로 들어가서

제 몸이 거름되어 곡식을 키우네.

 

개비름 큰소리 한 번 못치고 그냥 거름으로 변했다네.

사람도 이 같아 큰소리 한 번 못치고 죽고 마네.

 

(푸른 숲/20100. 20131010.)

*고언高言 : 큰 소리.

출처 : 푸른 숲/20100
글쓴이 : 62seonsang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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