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성인)푸른 숲 수필가·20100/청림·20100의 습작 시

[스크랩] (푸른 숲/20100습작 시)271.고약膏藥

청림수필작가 2013. 10. 8. 12:15

신작 시

271. 고약膏藥

이영백

cheonglim03@hanmail.net

 

아버지 심부름을 시킨다네.

심부름이 별다른가?

약방에 들려서 고약膏藥*을 사 오라는 것이네.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입으로 고약, 고약이라는 말을 몇 백 번으로 되 뇌이며

길을 간다네.

가는 길 도중에 도랑이 있어서

물에 빠지지 않으려고

아이가 뛰어 넘기 버거운 넓은도랑이라

저만치 물러나 힘껏 뛰어 도랑을 건넜다네.

뛰는 데 정신 팔려

용케도 물에 빠지지 아니하고 도랑을 건넜는데,

도랑은 건넜는데 그만 외우던 것 잊어 버렸네.

다시 도랑 건너 집으로 돌아가서 아버지께 여쭈어 보고 올까?

그러면 꾸중 듣겠지, 아니 그냥 갈까?

무엇을 사 오라는 것도 잊어버리고 약방에 가면 뭐라고 해야 할까?

갈등이 오고가네.

나는 왜 이럴까?

이렇게 머리가 나쁠까?

에라! 모르겠다. 그냥 약방에 가면 생각이 나겠지 뭐.

약방문을 열고 들어가니, 할 말이 없어. 뭐 약 주소!

뭐? 무슨 약?

“…….”

그놈 참 고약한 놈!

아참! 맞다, 맞아. 고약 주소.

 

(푸른 숲/20100. 20131008.)

*고약膏藥 : 종기나 상처에 붙이는 약.

출처 : 푸른 숲/20100
글쓴이 : 62seonsang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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