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성인)푸른 숲 수필가·20100/청림·20100의 습작 시

[스크랩] (푸른 숲/20100습작 시)193.개창疥瘡

청림수필작가 2013. 7. 22. 09:52

신작 시

193. 개창疥瘡

이영백

cheonglim03@hanmail.net

 

아무 것도 모른 던 중학생 시절

큰 누나 집에서 공부했다. 그날따라 공부는 뒷전이고

누나네 밭이 있는 언덕에 호두나무가 서 있었다.

호기심 많던 어린 시절

두 살 적은 생질과 함께 호두나무 위에 올라 흔들면서 호두를 땄다.

아직 덜 익은 생 호두를 겁도 없이 맨손으로 모아 쥐고

누나네 집으로 왔다.

 

며칠이 지나면서 공부시간에도, 노는 시간에도,

밥 먹는 시간에도 손가락과 손가락 사이에 진물이 난다.

건지럽고, 창피하고, 부끄럽고, 더럽고

알고 보니 개창疥瘡*이라 하네.

한 마디로 재수 더럽게 없어 옴 올랐지.

 

정월 대보름

호두, 밤, 땅콩 같은 부럼을 먹고 그 깍지를 버리는 풍습

부지런히 지켰건만 그만 욕심 부려서 생 호두 쥐다가

재수 더럽게 없어 옴 올랐지.

 

우리나라는 천안이 호두 산지로 유명한데,

고려 때 원나라에 사신으로 갔던 유청신이 호두 가져와

심은 후로 명산지 되었다.

차이코프스키 ‘호두까기 인형’동·서양도 모두 알지.

나는 어이타 좋은 열매를 좋게 못 받아들이고.

재수 더럽게 없어 옴 올랐지.

 

(푸른 숲/20100. 20130722.)

*개창疥瘡 : (의)옴.

 

출처 : 푸른 숲/20100
글쓴이 : 62seonsang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