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푸른 숲 제8수필집)이군훈의 단풍하사-44.RNTC 공방전 종합훈련
신작수필 |
44. RNTC 공방전 종합훈련
이 영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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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NTC훈병 2년차 “입영훈련”하이라이트는 아무래도 주·야간 공방전 훈련으로 종합전투의 작전에 동원되는 것이었다. 군대는 전투를 생각하고 화기를 다루고, 전투에 임할 것으로 모든 체력을 단련하고, 특히 하사는 분대장 임무를 부여 받고 분대원을 작전에 투입하여 활동하는 것이다. 여러 종류의 훈련과 종합적으로 활용되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주·야간 공방전攻防戰을 훈련한다. 전투훈련에서 종합훈련이 공방전이다. 이를 연습하려면 먼저 공격군과 방어군이 있어야 한다.
공격군은 저지대에서 얼굴부터 소지품까지 위장과 개인화기를 가지고 분대별 임무를 작전도에 따라 고지를 점령하는 훈련이다. 특히 위장술은 이미 낮부터 준비를 한다. 얼굴에 당시는 급한 대로 연탄재나 구두약을 바르고, 배낭에도 나뭇잎과 풀을 꽂고, 심지어 윗옷에는 위장망을 씌어 나뭇가지를 끼우기도 한다. 밤에 사람의 얼굴이 달빛에 그렇게 밝게 보인다고 한다. 심지어 단추와 계급장도 위장하여야 한다.
방어군은 고지 8부선에서 개인호를 파고 대기하면서, 적의 침투를 막아 내야 한다. 이러한 훈련을 위해 상당히 준비를 하여야 한다. 작전도作戰圖도 나오고, 군사를 부리려면 목표고지를 분석하여야 공·방전을 할 수가 있다. 전투시 부대원의 손실이 있으면 재집결지를 미리 정하여 두고 부대 재편성으로 다시 공격까지 하여야 한다. 이때 소대장의 손실이 있으면 분대장分隊長 중에 선임 분대장이 소대장 임무를 부여 받아 소대원 관리에도 책임을 져야한다.
이러한 훈련을 하려고 주간에는 “주간 공방전”을 먼저 훈련하여 보아야 한다. 작전도가 나왔다. 작전도는 우리가 짜는 것이 아니라, 소대장이 짜는 데 우리는 분대교육을 하는 분대장 임무이기에 작전도가 미리 준비되어 있었다.
작전도를 보면 다사면多斯面출장소를 지나가서 서재중학교 운동장에서 교육장으로 정하고, 방어군은 와룡산(295m) 8부 능선에 호를 파고 대기하여야 하며, 공격군은 서재중학교 운동장에서 얼굴위장, 무기위장, 배낭 등 군장위장 등을 준비하여야 했다.
작전도에는 공격군이 능선을 따라 100m 단위로 1, 2, 3, 5소대를 분산하여 책임구역으로 정하고 목표 와룡산 295고지를 점령하여야 한다. 오전에 한 번 공격군이 공격하고서 과감히 고지를 점령하였다. 이를 다시 오후에도 임무교대를 하고 또 훈련에 들어갔다.
사실상 주간에는 이런 작전을 야간에 써 먹기 위해 지리를 익히는 훈련을 하는 것이었다. 서재중학교 운동장에서 저녁을 먹고 어둠이 오기만을 기다리면서 야간공방전을 연습하여야 한다.
마침내 우리는 방어군으로 와룡산 8부 능선에서 개인호를 준비하고, 거총자세로 기다리는 중이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밤 9시가 되자 저지대로부터 공격군이 올라오고 있다. 간혹 조명탄을 터트려서 야간에는 정말 작전에 실감이 나게 되었다. 야간에는 공포탄을 사용하기에 방어군은 그냥 대기만 하고, 공격군은 총구를 높이 들고 공포탄 사격을 하면서 함성을 지르고, 공격해 올라 왔다. 사방으로 공격하면서 우리가 대기하던 곳은 피하여 공격하였으므로 싱겁게 끝나고 말았다. 늦게 훈련을 마치고 복귀하였다.
이제까지는 정말 훈련을 하기 위해서 약속된 훈련만 하였다. 그런데 이튿날에는 장소를 옮겨 훈련을 한다고 하였다. 와룡산이 아닌 공격목표가 장기동 공원이 있는 낮은 구릉이 목표이었다. 당시 장기동에는 시골 촌락이었다. 간혹 시골집이 듬성듬성 배치되어 있었고, 그저 야산野山이었다.
주간에도 연습 없이 저녁 먹고 나서 바로 배치되었다. 당시 장기동은 가로등도 없는 캄캄한 시골이라 어둠살이가 치면 어디가 어디인지도 모르던 그런 곳이었다. 우리는 방어군에 먼저 배치되어서 호를 파려고 하였으나, 쉽게 호를 팔수가 없어서 어두운 곳에 웅덩이처럼 깊이 파인 곳을 정하여 우리분대 방어군의 호를 삼고서 거총을 하고 무한정 대기하고 공격군을 맞을 준비를 하였다.
좀처럼 공격군의 시작은 없었다. 그러면 더욱 조바심이 나고 우리들 마음에 두려움이 오기 시작하였다. 그때 누군가 건빵을 가져 왔다고 두 개씩 나누어 주었다. 운 좋게도 별사탕 한 개도 덤으로 주었다. 아니 건빵 두 개와 별사탕 한 개로 무엇을 달랠 수가 있으랴. 그래도 하늘에 총총한 별을 쳐다보면서 이 훈련으로 2년차 입영훈련 마무리를 사고 없이 잘 하여야겠다고 다짐은 했다. 북두칠성은 여름철 별자리라 하늘 한 가운데를 지키면서 밤새 기준이 되어 주었다.
그때였다. 약 800여m에서 공격군이 공격을 시작하였다. 함성 속에 공포탄이 터지고, 조명탄이 솟아올랐다. 조명탄 아래 새카맣게 공격군이 올라오고 있었다. 현실이 아니더라도 전쟁터에서는 소름이 끼치는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공격군이 조용하다가 조명탄도 없이 공격을 해 올라오는지 조용하였다. 아니 갑자기 500여m 앞에서 함성이 또 들리고 공포탄이 터지고, 이때에 조명탄이 교묘히 밝혀 주었다.
우리는 제일꼭대기 정상 밑이라서 아직은 조바심을 하고 있었다. 물론 군데군데 이 작전을 점수로 매기는 조교들이 숨어서 지켜보고 있었다. 한 치도 어김없이 배운 대로 우리는 그저 거총자세를 취하고 대기하고만 있을 뿐이었다.
이내 바로 100여m 앞에서 함성이 들리고 공포탄이 터지고 공격군의 함성이 지척으로 들리고 있다. 그래도 우리는 이 작전을 성공하려면 마냥 대기를 하여야 한다. 벌써 이러는 동안 새벽 5시가 넘어서고 무척 추웠다. 온 몸이 오그라들면서 새벽이 오는 것을 느낀다.
바로 우리 호 앞에 시커멓게 적병으로 나타나면서,
“돌격 앞으로! 전진하라! 사격! 나를 따르라!”
아니 바로 우리분대 앞에서 공격군이 달려드는 것이었다. 이 때다 밤새껏 대기하여 이제 방어군의 힘을 보여 주어야 했다. 방어진지에서 우리도 공포탄을 발사하였다.
“타앙∼탕! 탕, 탕!”
하면서 바로 육박전이 붙으려고 하는데 조교가 나타났다.
“그만!”
오늘 공격 성공, 방어도 성공으로 평가를 하면서 우리들 공방전이 끝이 났다. 공격조는 이겼다고 만세를 불렀다. 우리 방어군도 선방이라고 만세를 불러댔다.
아침 해가 솟아오르면서 우리는 호塹壕에서 나왔다. 아니 그 호라고 생각하고 들어 가 있었던 곳이 바로 공동묘지의 파묘破墓 자리이었다. 우리는 밤새껏 무덤 속에서 지켰던 것이다. 날이 밝아 얼른 나오면서도 몸서리쳤다. 마침내 붉은 태양은 치솟아 꽁꽁 언 몸을 녹이어 주었다.
(푸른 숲/20100-2013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