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성인)푸른 숲 수필가·20100/청림수필집·이군훈의 단풍하사

[스크랩] (푸른 숲 제8수필집)이군훈의 단풍하사-41.50사단 물 한 컵

청림수필작가 2013. 7. 6. 10:25

신작수필

41. 50사단 물 한 컵

이 영백

cafe.daum.net/purnsup

 

 1972년 여름 대구는 무척 더웠다 당시만 해도 대구는 불명예 두 가지 를 가지고 있었다. 겨울이면 전국에서 가장 추운 지방으로 기상예보를 하는 것이요, 여름이면 가장 더운 기상예보에 나오는 지역이었다.

 1972년 8월 3일에 RNTC 병영훈련을 받기 위해 향토사단 50사단에 입소하여 목격한 것이 눈에 어른 거렸다. 바로 삼각 철주를 세우고 쇠사슬을 드리워서 우물을 파고 있지 아니한가? 아니 이 50사단 부대설치가 오래 전부터 되었을 텐데 이제 서야 우물을 판다고 저런 기구를 드리우는가를 무척 궁금해 하였다.

 말로만 듣던 50사단에 물이 귀하다는 것을 체감하게 될 것인가? 한편으로는 무척 걱정이었다. 나는 땀을 많이 흘리는 체질이라서 카키복만 걸치면 그때부터 땀샘에서 줄줄 흐르는 것이다. 아침 먹고, 야외교장에 나가기도 전에 온통 군복이 젖어 버리는 것이다.

 학과 출장을 마치고 부대로 돌아오면 가장 먼저 물을 찾는다. 그러나 물은 제한공급이 되고, RNTC하사관후보생들은 물을 가장 먼저 찾는데도 물이 없다. 물이 배달되는 시간이 되어서야 줄을 서서 사이다 컵으로 한 컵씩만 주는 것이 전부다.

 낮에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에서 훈련을 받다가 물이 없으니 고역이었다. 그래도 일석점호를 받으려면 제한 공급된 물 한 컵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첫째, 조금 입에 머금어 양치질을 하고, 뒷물을 한다.

 둘째, 훈련 후 군화 밑을 조금의 물을 머금어 묻혀 일석점호 준비를 한다.

 셋째, 남은 반 컵 물로 얼굴에 찍어 바르고, 목에 바르고 저녁 고양이 세수를 한다.

 넷째, 그래도 컵 바닥에 조금 남은 물로 발가락과 발바닥에 묻히면 그것이 발 씻기가 끝이 난다.

 아니 세상에 물이 이렇게 귀하다니, 그렇지 않아도 숙형叔兄께서 제대 후 재훈련을 이 50사단에서 받았다던데 정말 물이 귀하다고 한 것이 맞았다.

 이래서는 도저히 사람이 견딜 수가 없었다. 그러던 중에 기간병인 고등학교 S선배는 나에게 귀띔을 하여 주었다. 부대 서쪽 편에 가면 담장이 있고 담장 곁에 가까이 가면 담장 사이로 구멍이 하나 있는데 그곳에 대고 말을 걸면 외부와 거래를 할 수가 있다고 하였다. 기간병인 고등학교 S선배는 우리를 놀리려고 하는 것은 아니니 속는 셈치고 우리 구대원 3명이 담장 곁으로 갔다. 정말 담장 중간 높이에 구멍이 제법 넓게 뚫리어 있었다.

“바깥에 사람 있습니까?”

“누구십니까?”

“예. 우리 훈련 받는 사람인데요. 물을 구할 수가 있습니까?”

“한 바께스에 30원입니다.”

“어떻게 살 수가 있습니까?”

“여기 빈 바구니에 돈을 넣어 주시면 한 바께스 물을 들여보내 드립니다.”

“바구니 내리세요.”

 아니 정말 부대 내로 바구니가 그 구멍 사이로 내려온다. 우리는 속는 셈치고 30원을 넣었다고 줄을 당기니까, 줄이 당겨져 올라가고 조금 있으려니까, 하늘에서 박이 내려오듯이 한 바께스의 물이 내려오지 않는가? 아하! 기가 찬다. 부대 밖에서는 이렇게도 돈을 벌구나.

 우리는 얼른 바께스의 줄을 풀고 내무반 앞으로 가지고 와서 우리 구대원 골고루 물을 나누어 사용하였다. 빈 바께스는 그곳에 가져가서 줄을 묶고 흔드니 빈 바께스는 당겨져 올라가서 부대 밖으로 나가 버렸다. 우리는 50사단에서 물 전쟁 하는 50사단에서 구대원들 돈 추렴으로 그래도 물을 사용할 수가 있었다.

 한 번은 돈을 주고 물을 구해 오는데 교관이 보고 있었다.

“무엇을 들고 오는가?”

“예. 물을 구해 옵니다.”

“아니 귀한 물을 어디서 구해오지. 나도 물 좀 쓰자.”

“예. 쓰십시오.”

“아이고 이 귀한 물이 어디서 났지? 아이고 고마워.”

 정말 그랬다. 대구 50사단에 물은 황금보다 귀했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물 없이 살아 갈 수는 없다. 50사단에서 물은 정말 귀했다. 궁여지책으로 기간병인 고등학교 S선배가 알려 주었음에 정말 고마워했다. 󰃁

(푸른 숲/20100-20130706.)

출처 : 푸른 숲/2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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