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푸른 숲 제8수필집)이군훈의 단풍하사-29.감적호에서
신작수필 |
29. 감적호에서
이 영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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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NTC훈병은 입영훈련을 오기 전에 학군단 연병장에서 소총을 가지고 영점조준零點照準을 정말 많은 연습을 하였다.
영점조준이란 정밀한 사격을 실시하여 소총 따위의 조준점과 탄착점이 일치하도록 가늠자와 가늠쇠를 조정하는 일이다. 바로 영점조준 공식이 있다. 오른 쪽으로 이동하려면 밀어야 한다. 바로 밀 우右다. 왼쪽으로 이동하려면 당겨야 한다. 바로 당길 좌左, 그 거리는 “몇 크리크”를 이동하느냐에 따라 자기 총의 영점 조준을 정할 수 있는 것이다.
영점조준을 잘 하여 두어야 자기 총의 성능을 알 수 있다. 영점조준 사격에는 단 세 발의 총알을 한 발씩 세 번 사격한다. 그래서 그 탄착군이 삼각형을 이룰 때 가장 잘된 영점조준이다.
이러한 내용으로 수 없이 연습하고 조준하는 것을 시행해 왔기에 이제 군 시설에서는 사격장에 오르게 될 수 있다.
우선 사격장에 도착하였다. 한꺼번에 실시할 수 없으므로 여러 조로 나누어야 한다.
먼저, 영점조준 실습조, 사격자세 연습조, 실탄 사격조, 감적호에 들어가서 표적 확인조 등으로 나뉘어 자기 분담을 하고나면, 로테이션 되어서 모두가 사격을 실시하게 된다.
물론 사격 종류도 많다. 100야드 영점조준, 200야드 사격, 300야드 사격, 500야드 사격 등이 있다.
이로서 감적호에 들어간다. 감적호란 사격장의 표적 근처에, 총알이 표적에 어떻게 맞았는지를 살피기 위하여 표적 밑에 파 놓은 호다. 그런데 모두가 감적호에 들어가는 것을 싫어한다고 한다. 표적 관리를 위해 땅을 파서 내려가 있다. 그곳에서는 조교들이 심심해서 그것도 긴장을 주기 위해서 심한 기합을 주려고 계속 명령하기 때문이란다.
물론 기합종류에는 인간이하의 몸서리치는 기합이 많이 있었다. 특히 원산폭격기합을 또 시키는 것이었다. 위문공연 후에 원산폭격의 기합 을 받고서는 이제 용어만 들어도 몸서리쳐지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일렬횡대 집합!”
조교의 명령에 따라 집합하였다.
“원산폭격 실시!”
“우리는 원산폭격을 하지 않겠다!”
“실시!”
“못한다.”
“명령을 불복종하는가?”
“원산폭격을 왜 하여야되는지 이유를 대라!”
“감적호니까 해야 한다.”
“뭐라고? 그리고 당신도 하사인데 우리도 하사다.”
“그래도 여러분은 훈병이다.”
“우리는 원산폭격 이유도 없이 기합을 받지 않는다.”
정말 그랬다. 조교들이 하사로 우릴 훈병이라고 해서 함부로 기합을 받지 않겠다는 의지에 조교들이 기가 찼는지 우리는 끝내 기합을 거부하였다. 교관이 없는 조교들의 명령을 거부하고 말았다.
조별로 사격이 끝나고 명중 시 붉은 원판을 들어 흔들어 주고 확인하게 하는 것을 정확히 해 주었다. 감적호 일을 잘 해 주었기 때문에 우리는 기합을 끝내 거부하고도 당당하였다.
모두가 감적호에만 들어가면 무조건 기합을 받아야 한다는 철칙을 우리가 깨어 버렸다.
기합 명령을 내린 조교 하사만 어리벙벙하게 되고 말았다. 정말로 기가 차는 것은 감적호에만 들어가기만 하면 기합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대학 재학생으로 감적호 업무만 정확히 판단해 주면 되는 것을 어렵게 운영하려 한 것이 잘못된 관행이었다.
이제 우리들이 사격조가 되어서 백발백중 사격을 해 되니 아까 감적호 조교 하사가 더욱 기가 찼다. ‘그런데 확실히 공부하는 대학생들이 틀리네. 정말로 정확히 정신을 바짝 차리고 하는 사격장 일을 RNTC훈병만큼 잘 하는 경우가 없네.’라고 유식하게 만들고 말았다.
정말 RNTC훈병은 사격장에서 사격만큼은 모범을 보이고 감적호에서 안전사고 없이 철저히 준칙을 지킨 덕분이었다.
(푸른 숲/20100-20130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