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성인)푸른 숲 수필가·20100/청림수필집·이군훈의 단풍하사

[스크랩] (푸른 숲 제8수필집)이군훈의 단풍하사-27.화생방 눈물 방

청림수필작가 2013. 6. 22. 10:30

신작수필

27. 화생방 눈물 방

이 영백

cafe.daum.net/purnsup

 

 RNTC훈병뿐만 아니고, 일반 군대훈련에서도 가장 싫어하는 과목이 바로 화생방이 아닐까 생각한다. 왜냐하면 눈물 방 가스실에 들어가서 고생을 하여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전날 화생방 교육 중에 눈물 방 가스실에 들어갔다가 콧물, 눈물을 바가지로 흘리고 왔다고 소문이 파다하였다. 정말 소문대로 그 가스실에서 방독 사용연습을 하다가 조교들은 방독면을 쓰고서 종이에 글자를 써서 명령을 내리면 명령에 따라 노래도 불러야 하고, 그러다가 방독면을 벗고 고의적으로 가스를 먹게 하는 동작을 한다니 우리 구대 RNTC훈병들은 걱정이 태산이었다. 특히 비염과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고민이 많았다.

 오늘도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다섯 시 반에 기상하여 구령연습도 하고 부모님께 기도하고 고향을 향해 절도 올리고, 무사히 교육 받을 수 있도록 기원도 하였고 4km구보도 하였다. 아침밥도 잘 먹었고 여덟시 반에 교장으로 출발하였다. 야외 교장으로 학과출장 나가는 것이었다. RNTC훈병들이 지레 겁을 먹고서 화생방 교육을 매우 두려워하고 있던 터라 조심이 되었다.교장敎場이 따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고 그냥 평평한 골짜기 풀밭에 도착하여 우리는 모였다.

 

○ 가스흡입 시 응급조치 요령

 

     1. 통풍이 잘되는 안전한 장소로 운반, 보온 유지하고,

 

         필요시 인공호흡 실시.

 

     2. 심하게 오염되었을 경우 인공호흡 시키면서 신속히

 

         병원으로 후송하여 전문의 치료하기.

 

     3. 피부에 묻거나 닿았을 경우 오염부위를 깨끗한 물로

 

         15분 이상 세척과 청결한 붕대로 씌우기.

 

     4. 가스가 눈에 들어간 경우에는 물로써 약 15분간 씻기,

 

         가급적 2% 정도의 붕산수로 세척하기.

 

 화생방 이론 교육을 먼저 하고, 방사능으로 쓰러졌을 때를 대비하여 개인이 소지한 약품의 유리 밑동을 깨뜨리고 주사로 주사하는 것을 시뮬레이션으로 교육을 먼저 하였다.

 그날 현장 실습을 위해 RNTC훈병들이 자꾸 겁을 먹어 하니까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먼저 야외에서 가스를 한 번 터뜨려 보고 체험을 한 후에 가스실로 들어가기로 하였다.

 우리는 두 구대가 4열로 줄을 서서 있다가 1열씩 사각형을 만들고 골짜기에 둘러섰다. 조교가 한 가운데에서 가스를 터트렸다. 그런데 참 이상한 것은 그 때까지 바람 한 점 없었는데 갑자기 돌풍이 불어 우리 편 반대쪽으로 바람이 불어서 터트린 가스가 그 쪽으로 모두 몰아가 RNTC훈병 2명이 한꺼번에 들이 마시고서는 그만 기절하여 버렸다.

 교관은 물론이고 조교 둘이 혼비백산을 하였다. 그렇지 않아도 문교부에서는 감독관찰 차 파견도 와 있었고, 올바른 훈련(?)을 하지 않아도 좋으니 안전사고를 주의하여 달라는 이첩공문이 매일 내려오고 있던 중이었다.

 그랬다. 정말 교관과 조교들이 매우 당황해 하였다. 갑자기 자연 교장 산골짜기에서 혼란이 일어나고 말았다. 아직도 그 쓰러진 두 훈병이 꼼짝도 못하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본부에 연락을 하고, 사고 시 앰뷸런스라도 부를 판이었다. 정말 순식간에 생긴 사고라서 무슨 응급조치도 못하고 두 훈련병을 둘러싸고만 있을 뿐이었다.

 한 사람의 RNTC훈병이 얼마나 귀한 존재인지는 잘 알고 있었다. 바로 미래에 교사가 될 사람들이고, 특히 교사의 임지가 거개 시골로 가서 8년간 복무를 할 사람들이다. 뿐만 아니라 국가 지원금으로 교육을 하고 있는 대상자이고 대학생이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교관은 우리들의 눈물 방 가스실 교육은 고사하고 사고가 난 두 훈련병을 깨우기 위한 노력만 하고 있었다. 나머지 우리들은 겁에 질려서 그 무서운 가스가 과연 그렇게 독한 것을 직접 체험하지는 못 하였지만 간접으로라도 바로 앞에서 사람이 넘어지는 그런 상황을 직접 보고 있으니 무서웠다. 그냥 그 자리에 모두 풀썩 주저앉아서 시간을 죽이고 있을 뿐이다.

 시간은 자꾸 흘러갔다. 그날 화생방 눈물 방 가스실 체험은 우리 두 구대가 면제를 받고 말았다. 쓰러진 두 급우들의 희생(?)한 덕택으로 더 이상의 화생방 눈물 방 교육은 없었다. 󰃁

(푸른 숲/20100-20130622.)

출처 : 푸른 숲/2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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