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성인)푸른 숲 수필가·20100/청림수필집·이군훈의 단풍하사

[스크랩] (푸른 숲 제8수필집)이군훈의 단풍하사-21.PT체조와 유격훈련

청림수필작가 2013. 6. 15. 12:05

신작수필

21. PT체조와 유격훈련

이 영백

cafe.daum.net/purnsup

 

 기간병들은 위험한 유격훈련을 받으러 차출된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 RNTC훈병들은 짧은 훈련기간이고, 정예병의 양성목적이 아니므로 유격훈련은 견습하는 것으로만 참가하였다.

 유격遊擊훈련이란 글자 그대로의 뜻은 “놀면서 싸운다.”라는 의미다. 그러나 그 실질적인 의미는, 어떤 정해진 전략이나 전술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목표를 공격하거나 방어하는 것이 아닌, 그때그때의 상황과 지형지물에 따라 적을 공격하거나 방어, 또는 적의 공격으로부터 도피逃避하는 훈련을 말한다.

 유격장 입구에는, 유격장과 PT(physical training 체력훈련)체조장이 있고, 좌측에 기초 장애물코스와 산악 장애물코스, 산꼭대기에 있는 절벽 부위에 레펠 코스, 산 아래 저수지 위를 가로 질러 저수지로 낙하하는 하강코스(약15미터 높이)가 있다.

 연일 강도 높은 훈련에 동원되다가 오늘 과목은 “유격훈련”으로 견학하거나 견습見習차원으로 참가하였다.

 명색이 우리들도 군대 훈련병이라 그래도 조금은 유격훈련이라는 것을 맛보아야 할 것이다. 우선 1년차 340여명은 대연병장에서 PT체조라는 것을 통하여 체력훈련부터 시작하였다. PT체조는 사람의 기운을 모두 빼버리는 희한한 방법의 체조이었다. 예를 들어 선채로 팔을 두 번 흔들다가 다리를 구부리면서 구호를 “하나!”라고 붙여야 하고, 방향을 좌측으로 돌면서 또 팔을 흔들다가 다리를 구부리면서 “둘!”세 번째도 역시 방향을 돌아서 구호를 외치고, 문제는 네 번째로 행동은 똑같이 하되 구호를 붙이지 않고 전체 실시한 개수를 외쳐야 한다는 대원칙이 있다.

 이런 기초사항을 이해하고 처음에는 하나-둘-셋, 하나! 하나-둘-셋, 둘! 하나-둘-셋, 셋! 하나-둘-셋, 넷! 하나-둘-셋, 다섯! 이렇게 나가야 하는데 꼭 한두 사람이 몸을 흔들면서 구부리고, 구호를 외쳐야하는 데 그만 정신을 덜 차려서인지 헛구호를 하고 만다. 이 숫자개념이 없는 사람이 나타나서 벌칙으로 PT체조의 횟수가 늘어나게 되어 우리들을 파김치로 만들고 만다. 그냥 몸 전체가 흐늘흐늘해 버린다.

 PT체조가 끝이 나면 연병장 마당에다 나지막한 외줄타기가 준비가 되어 있다. 떨어져도 다치지 않을 수준으로 설치하여 놓아두고 기본 줄타기시범을 보고 우리도 따라 하였다.

 이제는 시범 9m 수직강하 코스를 견학하였다. 계단으로 올라가서 인간이 가장 두려워하는 높이에서 조교가 질문하고, 시범 하사관이 수직강하를 한다. 이 때 재미가 있는 것이 수직강하 하기 전에 조교가 묻는 말이 있다.

“애인 있습니까?”

“예. 있습니다.”

“이름이 무엇입니까?”

“예. 김영자입니다.”

“낙하 실시!”

“낙하 실시!”

 자신이 부족하여 어리바리하다가는 공중에 매달리게 된다고 설명하여 주었다.

 이제 자리를 이동하여 산 아래 저수지 위를 가로질러 물속으로 낙하하는 하강코스(약 15미터 높이), 바로 도하작전渡河作戰이라는 것이었다. 도랑에 밧줄을 타고 하강하여 건너는 훈련이었다.

 여기서도 준비된 시범 하사관이 준비를 하고, 조교가 수직낙하 시 질문과 답변으로 실시하였다.

“도하 실시!”

“도하 실시!”

라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저수지 물속으로 떨어진다.

 이때 주의할 점이 저수지 수면에 거의 닿았을 때 잡고 있던 손을 빨리 놓아서 물속으로 떨어져야 충격이 둔화 된다고 하였다. 이 훈련 때는 심지어 기간병이라도 손을 놓지 않아 잘못하면 물을 먹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유격훈련은 정말 위험한 훈련이다. 이 훈련은 공수부대라든가, 특수부대도 하지만 대한민국 국군으로서 기간병이면 보통 1년에 1회 정도 차출되어 반드시 훈련을 거쳐야 한다고 한다. 기간병들도 이런 유격훈련에 차출되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고 하니 바로 그 위험 때문일 것이다.

 훈련은 훈련이다. 그러나 훈련을 받다가 다치면 본인도 본인이고 국가적 차원으로 보아서도 불행이다. 훈련기간 중에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안전 제일주의로 하여야 한다.

 비록 우리들 RNTC 훈병은 짧은 하계 입영훈련이지만, 그래도 군에서는 이러한 훈련을 받고 있다는 것쯤은 알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PT체조는 어려운 운동이었다. 흐물흐물해져 버린 몸으로 최고의 기합 아닌 기합이었다고 생각한다. 󰃁

(푸른 숲/20100-20130615.)

출처 : 푸른 숲/20100
글쓴이 : 62seonsang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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