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푸른 숲 제8수필집)이군훈의 단풍하사-18.RNTC훈병의 첫 일요일
신작수필 |
18. RNTC훈병의 첫 일요일
이 영백
cafe.daum.net/purnsup
RNTC 1년차 입영훈련에 입소하고, 어느 정도 군 훈련방법을 터득하여 갈 즈음인 5일째 되는 날이었다. 바로 첫 일요일이었다. 그렇다 군대에서도 사람 사는 일인데, 일요일에는 쉰다. 그러나 쉰다고 마음대로 들어 눕고 하는 것이 아니다. 쉬어도 통제를 받는 것이다.
RNTC 1년차 입영훈련을 받고 있는 중이었다. 이미 1971년 8월 4일(수)에 입소한 5일째 되던 날, 바로 즐거운 일요일이다. 과연 군 훈련 기간에 일요일은 어떻게 지낼 것인가?
일요일에도 어김없이 5시 반에 일어나야 했고, 중대 사전에 집합하여 구령연습과 고향 부모님께 감사 기도를 드리고, 아침 국군 도수체조에다 세수를 하고, 평소와 같이 아침을 8시에 먹었다. 각 구대별로 내무반에서 뒤척이고 있는데 아니 이럴 수가 있나? 바로 중대 사전에 집합 명령이 떨어졌다.
중대장님이 구령대에 올라가 오늘 일정을 발표하였다. 내용은 이러했다.
순 |
시 정 |
내 용 |
비고 |
1 |
05:30∼07:30 |
기상 및 아침운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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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08:00∼08:30 |
조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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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
09:00∼10:00 |
이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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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
10:00∼12:00 |
종교시간(무종교는 제식훈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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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
12:00∼13:00 |
중식(라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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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
13:00∼15:00 |
사역(꽃밭관리 및 환경청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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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
15:00∼16:00 |
세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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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
16:00∼17:00 |
전체 제식훈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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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
17:00∼19:00 |
군대 축구시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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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
19:00∼19:30 |
정리 및 씻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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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
19:30∼20:00 |
석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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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
20:00∼21:00 |
부모님께 편지쓰기 및 관물대 정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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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
21:00∼22:00 |
수양록 쓰기 및 제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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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
22:00∼ |
일석점호 및 취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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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이 결코 좋은 것만도 아니었다. 하기는 세상에 국가에서 옷 주고, 밥 주고 그냥 일요일이라고 가만히 놀릴 것인가?
1년차 RNTC훈병이 피해 갈 수 없는 것이 군대이발이다. 이발비 20원씩 준비를 하고, 각 구대별로 일렬로 대기하였다. 자그마치 160명이 1시간 만에 이발을 완료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평균 3초로 이발하여야 한다. 아니 평균 2.25초다. 과연 군대이발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이발소 입구가 문전성시다. 보조 3명이 있고, 이발사는 혼자다. 보조 3명은 입구 1명이 호출하면서 돈 20원을 받고, 또 1명은 머리에다가 구멍 뚫어진 헝겊을 덮어씌운다. 또 1명이 대기하고 있다가 덮어씌운 헝겊을 벗기고 바로 쫓아 내 버리는 사람이다.
이제 머리 깎는 이발사는 세상에서도 그렇게 초스피드로 잘 하는 사람은 처음 보았다. RNTC훈병들이 자리에 앉자 말자 뒤쪽에서 밀어버리고, 양쪽 귀밑에다 한 번 슬쩍 갖다 대면 그야말로 하나, 둘, 셋에 이발이 완료되어 나가게 되는 것이다. 가만히 두면 될 머리카락을, 길지도 않은 머리카락을 깎는다고 이발기계만 갖다 대다가 머리카락을 집어서 따갑도록 만들고, 잘린 머리카락만 옷에다 남겨서 이발하고 나온 사람은 모두가 웃옷과 러닝셔츠까지 벗어서 털고 야단이게 만들었다. 하하하. 군대이발 첫 경험이었다.
이제 종교시간이다.
“기독교 믿는 사람 나와!”
말하는 순간에 160명에 반은 나와 버렸다. 교관말씀에 또 한 번 놀라고 말았다. 사실 종교도 믿지 않는 사람이 자유를 얻으려고, 교회에 가서 놀다 오려는 심산으로 나온 것이었다.
“80여 명이라. 그래 찬송가 중에 『민들레』를 아는 사람은 나가게 할 것이다. 아는 사람, 나와!”
아무도 없었다.
“이놈들 봐라! 찬송가도 모르면서 교회 간다고? 거짓말이잖아! 무관후보생(RNTC)은 거짓말하면 양심불량에 현역으로 잡혀가는 줄 몰랐던가?”
이번에는 이 말이 떨어지자 말자 무서워서 50여 명이 들어 와 버린다. 결국 30여 명만 교회를 나가게 되었다.
불교, 원불교 등 차례로 양심적으로 종교를 믿는 사람들은 나가고 나머지 무종교와 거짓말한 사람들이 남아서 제식훈련을 연병장에서 먼지를 날리면서 연습하였다.
오후에 모두가 모여 구대별로 축구를 하여 우리 구대는 일찍 졌다. 또 전체기합을 받았다. 군에서는 이래도 기합이고, 저래도 기합이고 우리가 어디 동네북이냐? 일요일도 그냥 두지 않는 군대훈련이다.
(푸른 숲/20100-2013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