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성인)푸른 숲 수필가·20100/청림수필집·이군훈의 단풍하사

[스크랩] (푸른 숲 제8수필집)이군훈의 단풍하사-11.RNTC훈병의 수양록

청림수필작가 2013. 6. 5. 10:22

신작수필

11. RNTC훈병의 수양록

이 영백

cafe.daum.net/purnsup

 

 RNTC훈병 군사훈련이 1주일간 지속되면서 조금은 군인이 되어 가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참 신기하였다. 개개인의 군사학 실력이 천차만별이었는데, 집단교육에서 공부를 잘하는 사람을 기준으로 하지 아니하고, 가장 뒤쳐진 사람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그 프로그램을 이수하지 못하면 전체가 다시 교육을 받아야한다.

 군사훈련은 1등을 위하여 교육시키는 것이 아니라 최하단계에 속하는 뒤쳐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완벽을 교육하는 것이다. 우리들은 앞으로 현장에 나가서 제자를 교육해야 하는데 군사훈련 과정이 남을 가르친다는 것에 조금은 이해가 되는 것이었다.

 공책 한 권씩을 준비하였다. 바로 수양록修養錄이라 한다. RNTC훈병들은 내무반에서 할일 없이 웅성거렸다. 구대장님이 나타나셨다.

“에∼! 지금부터 수양록 기재 요령을 설명하겠다. 대학노트 한 권이니 21일간 우리들의 기록을 남기고, 특히 부모님을 고마워하고 생각하는 내용으로 기록하면 더욱 좋겠다. 여러분은 사회에 지성인이니 글도 잘 쓸 수 있을 것이다. 매일 10시 이전까지 기재한 후 모아서 행정본부에 제출하도록 한다. 이상!”

 지시사항을 말하고, 내무반을 한 번 둘러보고서는 나갔다. 그래도 글 쓰는 일은 자신이 북받쳤다. 특히 군에서 그날 일어난 일을 일기처럼 쓰면서 자기 부모님에 대하여 돌아볼 기회를 주는 것이 얼마나 영광스러운 일인가?

수양록

제208학군단(대구교육대학)

교번151번 이 영 *

 

1971년 8월 4일(수요일) 날씨 맑음

 오늘은 아침부터 부산스러웠다. 그래도 장거리 경부선철도를 타고 조치원에서 충북선을 감돌아 이곳, 먼 곳 충청북도 증평교육사령부에 도착하여 팡파르 축하를 받았다.

 오늘 1일차 우리 제5구대장님은 한국외국어대학교를 졸업하고 ROTC출신으로 키도 훤칠하고 미남이었다.

 군사훈련생인 우리 RNTC훈병들로서는 각오가 남다르다. 물론 우리들이 훈련을 받아서 바로 군부대를 복무하는 것도 아니며, 우리는 앞으로 2세 교육을 책임지는 초등학교 교사가 될 몸이다. 오늘 좋은 곳으로 이동하여 와서 오리엔테이션을 받고 자상한 안내에 새삼 놀랐다. 물론 교육이 끝나고 기회가 있으면 찾아오고 싶은 곳으로 만들고 싶다.

 오늘 입소식에서 사령관은 준장님이셨다. 좋은 말씀을 하여 주었고, 특히 RNTC학생대 연대장님은 중령이었다. 이하 중대장님, 소대장님, 조교들이 앞으로 21일간 우리를 잘 돌보고, 잘 가르쳐 주실 것으로 기대하여 본다.

 오늘 이런 교육을 받도록 이제까지 키워 주신 고향 부모님께 정말 감사를 올립니다. 아버님, 어머님! 정말 감사합니다. 저를 낳아 주시고 길러 주셔서 남에게 부끄럼 없는 후세에 교사가 되도록 가르쳐 주신 그 은혜에 대한 보답을 반드시 하겠습니다. 오늘 훈련을 마치면서 수양록을 기재합니다. 아무 걱정하지 마시고 편안한 밤 만드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교번 151번 이 영*

※ PS : 오늘 첫날이지만 우리는 대구에서 이곳까지 장거리를 이동하여 오면서 무척 피곤한데다가 여러 가지가 보급되는 물품지급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앞으로는 더욱 정신을 차리자! 정신일도하사불성(精神一到何事不成)!

 

 이상으로 기재하고 행정본부로 제출하였다. 밤새 행정본부에서 수양록을 모두 확인하여 보았던 모양이었다.

 이튿날 중대 사전에 집합하여 나의 수양록을 들고 나와서 수양록 기재 견본이라고 해서 낭독까지 하여 주었다. 참 민망하였다. 물론 나의 것이라고 이름을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쓰는 것이 “군대 수양록”이라고 말이다. 그저 수양록 문틀의 대표작이라나, 뭐라나. 그때부터 글 쓰는 것이 제법 어울렸던 모양이었다. 정말 감사합니다. 󰃁

(푸른 숲/20100-20130605.)

출처 : 푸른 숲/2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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