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성인)푸른 숲 수필가·20100/청림·20100의 습작 시
[스크랩] (푸른 숲/20100습작 시)141.감내
청림수필작가
2013. 5. 30. 11:46
신작 시 |
141. 감내堪耐
이영백
cheonglim03@hanmail.net
어린 날 춥고 추워도
내의 한 벌 없이 살았네.
어린 날 추운 날에도
어른 윗저고리 하나 걸치고 살았네.
신발 없어 짚신 신고, 비오면 나막신 신고
석유 없어 호롱불도 못 켜고 솔가지로 불 켜고
참기름, 동백기름 접시에 담고, 심지 걸치고
천장에 구멍 뚫어 연기 소통시켰지.
쌀밥 없으면 보리밥으로, 보리밥도 부족하면 조밥, 무밥, 감자밥,
고구마 밥으로 배 채우고,
그래도 부족하면 시래기* 끝에 붙어 있던 시든 무 따 먹었지.
밥 없어 생쌀 한 움큼으로 요기 때웠지.
마치 참새 입처럼 새 하얀 쌀가루가 입술에 묻었데.
모두가 부족하던 그 시대 덜 먹고, 덜 입고, 덜 쓰고 그래 살았지.
시골에서 딸 시집가기 전에 쌀 한 말을 못 먹여 시집보내고,
좋은 것 모두 못 해 주고서
그래도 시집가서 친정 찾는다. 모든 것을 감내堪耐*하고 말이다.
그 시대엔 배고파도 먹을 것이 없었다고 하니
우리 집 막내가 하는 말이 라면 삶아 먹지 와요?
에끼 이놈! 편한 소리한다. 라면이 어찌 그 시대에 있었겠어.
그래도 모든 것을 감내하고 살았다.
(푸른 숲/20100. 20130530.)
*시래기 : 무청
*감내堪耐 : 어려움을 참고 견딤.
출처 : 푸른 숲/20100
글쓴이 : 62seonsang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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