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성인)푸른 숲 수필가·20100/청림수필집·이군훈의 단풍하사

[스크랩] (푸른 숲 제8수필집)이군훈의 단풍하사-02.군 신검 두 번 받다

청림수필작가 2013. 5. 27. 11:24

신작수필

02. 군 신검 두 번 받다

이 영백

cafe.daum.net/purnsup

 

 대학예비고사가 발표되고 다행으로 열심히 공부한 덕에 어느 대학에라도 원서를 쓸 수가 있는 예비고사합격증(당시 아마도 50%는 대학 진학이 안 되었음.)을 받았다. 그러나 나를 아무도 대학에 보내 준다는 말이 없었다. 대학 등록금을 대어 줄 사람이 없었다.

 이미 그때 아버지는 일흔두 살, 어머니 예순다섯 살로 아무런 재산행사도 못하고 백형이 집, 논, 밭, 산까지 모두 가져가고 부모님은 아무런 권리 행사할 돈이 없었다. 더군다나 아버지 철학은 맏이 이외공부는 안 된다는 것으로 꽉 채워진 상태이었다. 세상에 이런 일이 있나? 누구 집에는 예비고사에도 떨어져서 대학(교)에 원서도 못 내는데, 이런 원통하고 절통할 때가 어디 있겠는가?

 동기 중에는 예비고사도 떨어지고, 전문학교에도 갈 돈이 없어서 이래저래 철도전수학교 1년짜리에 간다고 한다. 총학생 회장을 하였는데 그동안 연애하고 공부 제대로 못해서 아예 예비고사도 떨어졌는데, 집에는 알릴 수도 없고 말로만 서울대학교에 원서를 내었다고 하고 나중에는 떨어졌다고 하면 된다는 둥 미리 입막음까지 준비하고 있었다.

 나는 어찌하여야 하나? 벌써 군대 신체검사도 고3학년 4월에 하였으므로 1971년 3월 12일(금)자로 안동 36사단 행정병 주특기 750으로 분류되어 내 손에까지 들어 와 있었다.

그렇다고 일반 사범대학이라도 갈라치면 만약에 떨어지면 다시는 대학교 공부를 꿈도 못 꾸고 말 것이다. 고3 담임선생님(數學, 셋째 형님과 친구 분)과 의논 하였다.

“집에 등록금 대줄 사람이 없습니다. 제가 벌어서 대학 다녀야 합니다. 등록금도 교대는 저렴하고, 사도장학금도 나온다고 하니, 그리로 가야 하겠습니다.”

“자네 성적이면 독어독문과가 딱 인데, 그래 형편이 어렵겠지.”

“예. 교대도 제 앞으로 된 논 두 마지기를 팔아야 하는데 아버지와 일전을 벌여야 하고, 형편이 어려워서 교대로 가야 합니다. 군대 영장도 나와 있고, 교대는 RNTC제도가 설치되어 있어서 군대 훈련도 겸하고 입영을 안 해도 된다고 합디다. 졸업하면 교사로 취직되어서 빨리 돈도 벌수가 있어서 좋겠습니다.”

“그래. 그러면 교대 원서 사 오너라!”

 교대 원서를 사서 작성하고 제출하였다. 또, 전 과목(음악, 미술, 체육 등) 본고사를 치렀다. 정말다행인 것은 우선 교대에 합격하였고, 아버지와의 일전으로 내 앞으로 된 논 두 마지기를 팔아서 손에 쥐었다. 대구에 가서 아르바이트하고 자취하고, 대학 공부도 하여야 하고, 군대훈련도 하여야 한다. 1인 4역∼5역이라도 하여야 한다.

 교육대학은 6개월에 등록금 2만원과 군사 훈련비 4천원이었다. 6개월에 24,000원만 준비하면 되었다. 입학하고 한 달이 지나면 사도장학금師道獎學金이란 이름으로 국가에서 금8천원이 6개월마다 나온다. 지금은 형편이 어려워서 이 돈을 받아쓰지만 교육대학생은 이 장학금이 서서히 우리를 옥죄는 돈이 될 줄이야 당시 누가 알았겠는가?

 우선 합격하여 대학생활이 시작 되었고, 벽보판에 큼지막하게 “1971년 제4기 RNTC(하사관 무관후보생)모집안내”가 붙여졌다. 내가 다니던 교대는 모집정원이 480명이었다. 즉 남학생은 4반으로 한 반에 40명 정원으로 160명이었고, 여학생은 배가되는 8반, 320명이었다. RNTC는 160명이 모두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현역을 제대한 사람도 있었고, 아예 방위도 있었으며, 죽어도 군대 현역으로 가겠다는 사람을 제외하면 160명이 조금 안 되었다.

남학생들은 군대가 급해서, 군대를 RNTC로 제대하려는 사람들이 거개이었다. 160명 중에 10여 명이 빠지고 그래도 150여 명은 RNTC에 입단하였다.

 문제는 RNTC에 입단 하려면 제2육군병원(당시 만촌동 소재)에 가서 다시 군대 신체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하하? 내가 왜 웃지? 군대 신체검사를 어떻게 받아야 하는지를 이미 다 알고 있다. 세상에도 또 군대신체검사를 받아야 한다니 말이다. 지난번에 받은 것은 아무 효용이 없었다. 새로 똑같이 다시 받아야 한다고 하였다. 세상에 남자로 태어나서 군대 신체검사를 두 번 받아 본 사람 나와 보라고 해. 어휴 그 과정을 모두 알기 때문에 참 난처하였다.

 그래도 어찌하랴. RNTC에 입단하려면, 현역에 가지 않으려면 군대 신체검사를 똑같이 두 번을 실시하여도 그저 받아야할 뿐이다. 어휴! 이런 세상에나. 다시 검사를 받았다. 다행이 합격이었다. RNTC에 입단을 하여 훈련을 받으므로 일단 거주지 동사무소에 가서 RNTC 훈련생임을 제출하였다.

 세상에 군대 신체검사를 두 번씩이나 받았다. 꼭 1년 만에 똑 같은 코스대로 그 방법대로 똑같이 군 신검을 받았다. 이번에는 퉤∼퉤! 󰃁

(푸른 숲/20100-20130527.)

출처 : 푸른 숲/2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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