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성인)푸른 숲 수필가·20100/청림·20100의 습작 시

[스크랩] (푸른 숲/20100습작 시)89.가지기

청림수필작가 2013. 4. 8. 12:44

신작 시

89. 가지기

이영백

cheonglim03@hanmail.net

 

정 가지기*라고 살았다.

가지기가 무엔가?

예禮도 없이 다른 남자와 동거하는 과부가 아닌가?

 

그 옛날 예가 엄한 동리洞里에서

신랑 죽고 자식 많아 정 가지기가 살았다.

가지기가 왜 죄 많은가?

 

온 세상 손가락질 받으며 살아가려니

죄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

무슨 죈가 신랑 죽고, 자식 많은 것이 무슨 죈가?

 

가지기도 살아야지.

밥 먹고, 밥 먹이고 살아야지.

 

예도 없고 눈치도 없는 줄 아는가?

가지기도 사람인지라

염치불고하고 살아야지.

 

태워 주고 손가락질 받아도

살아남기 위해 가지기라네.

그것도 성이 하필 정 가지기라네.

가 가지기가 아니라, 정 가지기라네.

 

(푸른 숲/20100. 2013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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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기 : 예식을 갖추지 않고 다른 남자와 동거하는 과부.

 

출처 : 푸른 숲/20100
글쓴이 : 62seonsang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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