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성인)푸른 숲 수필가·20100/청림수필집·내 고향 뒷동산에는

[스크랩] 푸른 숲/20100 수필2집 "내 고향 뒷동산에는"(29)고구마

청림수필작가 2013. 2. 21. 14:50

신작수필

29. 고구마

이영백

cheonglim03@hanmail.net

 

 당시 우리 집에는 밭이 많았다. 문전옥답도 되지만, 아버지는 많은 자식들 건사를 위해 산이나 언덕에도 밭을 일구거나 임대하여 밭농사를 지으셨다.

 밭은 우리 집 앞밭, 해향못(=노영지)골 안에도, 현재 경주법주 마당인 밭, 원동천과 남천의 합류지점 삼각주 밭, 중보 머리 곁에 무주(無主)의 밭 등이었다.

 많은 밭에서 심는 품종이 아버지 머리에서는 다 정해져 있고, 시기와 절차가 마치 바둑판처럼 정리가 되어있어서 잠시라도 시간이 나면 그런 일들은 일정마다 착착 일을 진행해야만 했다.

 집 앞밭에서는 고급 작물인 담배, 손이 자주 가는 오이 등, 해향못골 밭은 자주 못가니 관리를 잘 안 해도 되는 고구마, 감자, 옥수수 같은 품종, 경주법주 공장 터 밭에는 콩, 들깨, 참깨 등, 원동천-남천 합류지점인 삼각주 밭에는 박하, 땅콩 등, 중보머리 곁 무주의 밭에는 들깨, 참깨 등이었다.

 우리 집에서 해마다 감자 이외에 두 번째로 생산이 많은 것은 고구마다. 고구마 농사는 미리 망을 만들어 두고 싹을 잘라 준비하여 두면 비오는 날에 심어서 최고 농사가 된다. 특히나 비 오는 날 잘라 둔 고구마 싹을 바지게에 지고 갈라치면 무척 무겁다. 고구마 농사를 하려면 식구들끼리라도 어쩔 수없이 지고 가야 한다. 우비를 입고 망 사이로 고구마 싹을 갖다 두고 원시적 방법이기는 하지만 그저 땅에다 고구마 싹을 심을 수밖에 없었다. 골마다 고구마 싹을 심고 자라면 수확할 날을 기다려서 쉬운 농사를 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망마다 배치하여 둔 고구마 싹을 한 사람씩 고구마 싹을 심는 것은 오늘의 노동대가로 내일의 수확을 기다리는 농부의 심성을 자연은 잘 알아준다. 하늘의 비도 내리고 잘 심어 두면 줄기와 잎이 무성히 자라게 하고 이를 고맙다는 뜻으로 땅 속에서는 고구마 모양새로 잘도 자라서 굵은 고구마가 되는 것이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고구마 꽃도 간혹 피어준다. 고구마가 잘 되려면 충분한 일조량과 수분이 필요한데 수분은 부족하고, 일조량이 많으면 땅속에 수분을 끌어당기다 지쳐서 피는 꽃이다. 한마디로 병이 난 것이다. 보통 고구마 밭에서는 잘 안 피고 척박한 땅에서 주로 핀다. 나라가 망할 징조도 아니고 행운이 오는 꽃도 아니고, 버림받은 땅에서 피는 아픔의 꽃이다. 그렇다 우리가 알고 있는 막연한 식물의 꽃들도 이렇게 사연이 있다.

 고구마에 섬유질이 많아 배변에 효과가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먹을 때는 껍질째 먹어야 폐암에 좋다. 고구마는 피부미용에 좋은 성분인 비타민 C와 E가 함유되어 있어서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주며 무기질과 식이섬유가 풍부한 알칼리성 식품이므로 피부미용에 효과적이다.

 특히 노란 고구마는 항암효과가 높고, 베타카로틴이라는 성분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우리 몸의 활성산소를 없애는 데 효과를 주어 피부나 세포가 변질되는 것을 막아준다. 고구마는 비타민과 더불어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품으로 몸의 대장운동을 활발하게 한다. 장속에 좋은 세균을 늘려줘서 배설을 촉진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고구마를 잘라보면 하얗게 나오는 진액을“얄라핀”이라고 하는데, 변비를 치료하는 좋은 성분이다.

 호박, 당근과 더불어 고구마는 3대 적황색 채소이다. 세 가지 식품을 즙내어 하루에 한 컵 정도 마시면 폐암을 예방하는데 효과적이다. 또한 베타카로틴이라는 성분은 위암, 폐암을 예방하는 성분으로 알려져 있다. 노란색이 짙을수록 많이 함량 되어 있고 항암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안토시아닌이라는 성분은 자색고구마에 많은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 세포의 노화를 막아주고 암세포의 증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고구마를 효율적으로 섭취하려면

 첫째, 껍질째 먹는다. 고구마는 껍질째 먹는 것이 가장 좋다. 껍질에는 각종 무기질과 베타카로틴, 셀룰로오스 등의 성분이 풍부하다. 껍질째 섭취하면 포만감을 쉽게 느낄 수 있고 변이 부드러워지는 효과를 본다.

 둘째, 익혀서 먹는다. 익혀 먹게 되면 전분과 섬유소가 부드러워져 소화 흡수가 잘 된다. 삶아서 먹게 되면 당분이 빠져나가 영양과 맛이 떨어지므로 구워 먹거나 쪄서 먹는 것이 가장 좋다. 보통 군고구마를 많이 좋아한다. 이유는 달기 때문인데, 고구마를 굽게 되면 수분이 증발해 단맛이 더 좋아지고 소화효소가 작용을 해서 단맛을 내게 된다.

 셋째, 사과나 우유 그리고 김치와 함께 먹는다. 고구마를 자주 섭취하게 되면 장 속이 부글부글 끓어 가스가 차는 느낌을 받는다. 이유는 얄라핀 이라는 고구마의 성분이 발효가 되면서 세균의 생식을 촉진하여 가스를 만들어 내는데 이럴 때는 우유와 같이 먹게 되면 그 과정을 막아줘서 방귀가 줄어드는데 효과적이다. 또한 사과에 함유되어 있는 펙틴은 장 점막을 둘러싸서 고구마가 장내 세균을 만나는 것을 예방해 주어 방귀를 줄이는 데 좋은 궁합을 가진 과일이다.

 나는 생고구마 먹기를 좋아하였다. 창고에 모아 둔 고구마 중에 물고구마를 수시로 하나씩 갖다 껍질을 깎아 먹었다. 나의 배고픔에 또 하나의 간식으로 생고구마를 깎아 먹는 것이었다. 󰃁

(푸른 숲/20100-20130221.)

출처 : 푸른 숲/2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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