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신라 천년의 전설(13)치술령과 망부석
ʊ이야기와 도시(話n都) - 新羅千年의 傳說 |
13. 치술령(鵄述嶺)과 망부석(望夫石)
푸른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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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와 울산 사이에 치술령(鵄述嶺)이라는 재가 하늘 높이 솟아 있다. 맑게 갠 날 이 산에 올라 동쪽으로 바라보면 남해(南海) 서쪽으로 멀리 대마도(對馬島)가 보이기도 한다.
신라(新羅) 19대 눌지왕(訥祗王)시대의 일이다. 충성(忠誠)하고도 용감(勇敢)한 박 제상(朴堤上)이라는 장군이 있었다. 집은 비록 구차하였으나 정숙(貞淑)하고도 사랑스러운 아내와 아들 하나, 딸 삼형제를 데리고 남들이 부러워 할만치 화목(和睦)하고 다정(多情)하며 한 없이 행복스러운 그날그날을 보내며 살고 있었다.
어느 날 박 제상은 왕명을 받아 왕제(王弟) 미사흔(未斯欣)을 구출(救出)하려고 위험을 무릅쓰고 일본(日本)에 가게 되었다. 일이 너무도 중대(重大)하고 긴급(緊急)하매 자기 집 앞을 지나면서도 그리운 아내와 사랑하는 아들, 딸 형제에게 작별(作別)의 인사도 못하고, 폭풍우가 온 천지를 뒤집고 비바람소리는 우주를 진동시키며 하늘은 어둡고 바닷물은 미친 듯이 소리쳐 산악 같은 파도(波濤)가 그칠 줄 모르는 율포(栗浦)에서 배를 타고 떠나고 말았다. 떠난 후에야 비로소 이 소식을 들은 아내는 미칠 듯 딸 삼형제를 데리고 치술령에 올라가서 멀리 일본을 바라보며 나이 어린 딸들과 같이 아버지를 소리 높이 불렀으나 대답은 없고 다만 송백(松栢)에 부딪혀 들려오는 것은 산울림뿐이요, 소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비바람소리가 더 한층 애달프게 들릴 뿐이었다. 그러나 닥쳐올 것은 급기야 닥쳐오고야 말았다.
천지신명(天地神明)도 무심하고 일월(日月)도 야속하지 하루가 천추(千秋)같이 낭군(郎君)의 환국(還國)을 바라며 빌던 지성기도도 보람이 없이 사모하던 낭군은 황천객(黃泉客)이 되어 영원(永遠)히 돌아오지 않았다는 소문이 오고야 말았다. 하늘을 우러러 한탄하고 땅을 두들기며 원망하며 누구에게 호소할 바도 없었던 것이다.
매일같이 아버지를 부르는 딸 삼형제를 데리고 박 제상 아내는 치술령에서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며 애끓는 심화(心火)에 복받쳐서 그만 쓰러져서 한 많은 이 사바세계를 원통하게도 떠나고 말았다.
그런데 얼마 아니 되어서 그 시체는 큰 바위가 되었다고 한다. 이 기적적인 바위를 후세 사람들이 말하되 지아비를 바란다는 의미로 “망부석(望夫石)”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그 후 이곳에 비석(碑石)을 세우고 “성모사(聖母祠)”라 부르게 되었는데, 지금은 이곳이 기우제(祈雨祭)를 지내는 장소(場所)가 되었다고 한다.
참고 자료 |
○ 박 제상(朴堤上, ?∼?)/브리태니커
신라의 충신. 이름을 모말(毛末)이라고도 하며,『삼국유사』에는 김 제상(金堤上)으로 되어 있다. 시조 박혁거세의 후손으로 파사이사금(婆娑尼師今)의 5대손으로 할아버지는 아도갈문왕(阿道葛文王)이며, 아버지는 파진찬(波珍飡) 물품(勿品)이다. 신라는 백제를 견제하기 위해 402년(實聖王 1) 왜에 내물왕의 아들 미사흔(未斯欣)을, 412년에는 고구려에 미사흔의 형 복호(卜好)를 볼모로 보냈다. 내물왕의 큰아들인 눌지왕이 왕위에 오르자 볼모로 잡혀 있는 동생들을 구출하려 했다. 왕은 신하들의 천거를 받아 당시 삽량주간(歃良州干)으로 명망이 높던 박제상을 보냈다. 먼저 고구려왕을 회유해 복호를 구출해 돌아온 뒤, 왜에는 자신이 신라를 배반하고 도망 온 사람처럼 속이고 들어갔다. 미사흔을 구출해 미리 고국으로 보내고 그들에게 잡혔는데, 왜의 협박과 회유에도 굴하지 않고 충절을 지키다가 죽었다. 이 소식을 들은 왕은 그를 대아찬으로 추증하고 그의 둘째 딸을 미사흔의 아내로 삼았다.
○ 망부석이 된 박 제상의 아내(망부석 설화)
신라 눌지왕 때의 충신 박 제상(朴堤上)이 고구려와 일본에 볼모로 잡혀간 왕자를 구한 후 자신은 죽음을 당하는 설화이다. 그의 아내가 기다리다가 죽어 망부석(望夫石)이 되었다는 아내의 죽음설화도 포함된다. 『삼국유사』에는 김 제상으로 되어있다.
박제상은 고구려에 볼모로 잡혀간 왕제 보해(寶海 : 삼국사기에는 卜好)를 구하러 변복을 하고 가서 왕의 추격을 무릅쓰고 같이 탈출하여 무사히 귀국하였다. 다음에는 일본에 볼모로 잡혀가 있는 왕제 미해(美海 : 삼국사기에는 未斯欣)를 구하러 가서 신라를 도망해 왔다고 하며 왕의 신임을 얻은 후에 미해를 탈출시키고 자기는 붙잡혀서 문초를 받았다. 일본왕의 문초와 설득에도 “차라리 계림의 개나 돼지가 될지언정 왜국의 신하는 되지 않겠으며, 차라리 계림의 벌을 받을지언정 왜국의 벼슬이나 녹을 먹지 않겠다.”라는 말로 계림사람임을 주장한 후에 발바닥의 껍질을 벗긴 채 불타 죽었다.
『삼국사기』의 기록과 대조해보면 등장인물의 이름에 차이가 있고, 왕제의 부하 이름이 『삼국유사』에는 보이지만 『삼국사기』에는 보이지 않는데, 이것은 사실상 부사가 따라간 것을 밝힌 것도 되고, 박 제상이 귀환 활동을 할 때 협조를 얻어 자기 외에 다른 사람이 귀국할 수 있게 설정한 것이기도 하다. 『삼국사기』에는 고구려왕을 설득하였더니 순순히 왕제를 풀어 주었다고 하여 박제상의 언변을 중시하였고, 『삼국유사』는 야간 탈출을 하였다고 해서 담력과 지혜를 중시하였다.
두 기록 다 박 제상이 집에 들르지 않고 즉시 일본으로 떠났다고 한다. 이것은 부부나 가정의 정보다 국가가 더 중요하다는 박 제상의 충성심을 드러내면서도 인간적인 고뇌를 함께 드러낸 대목이다. 그러나 이들 문헌은 박 제상의 사실(史實)을 중심으로 기록된 것이므로 민간 설화 측면에서는 박 제상 부인 편을 드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남편이 집을 떠나자 몸부림쳐 울었고〔그래서 망덕사 앞 모래 탑을 장사(長沙)라고 함.〕, 만류를 뿌리치고 다리를 뻗고 울었고,〔그래서 그곳을 벌지지(伐知旨)라 함.〕일본에 간 남편을 치술령에 올라가 그리워하다가 죽어서 치술령 신모가 되었으며, 그 사당이 지금까지 있다는 『삼국유사』의 기록은 『삼국사기』보다 설화적인 증거를 많이 제시하고 있다. 박 제상의 아내는 일본에 간 남편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다가 지쳐 죽어서 망부석(望夫石)이 되었는데, 그곳의 주민은 아직도 부인의 정렬을 칭송하고 있다고 한다.
○ 백결선생 박문량(百結先生 朴文良)
신라 자비왕(慈悲王) 때 명신(名臣)인 박 문량(朴文良)은 박 제상(朴堤上)의 아들로 천성(天性)이 청렴결백하여 항상 가난 속에서 청빈(淸貧)하게 살았으며 거문고를 즐겼고, 의복(衣服)이 남루하여 백 군데나 기운 누더기 옷을 입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를 백결선생이라 불렀다. 이로 인하여 호(號)를 백결(百潔)이라고 하고, 이름을 고쳐 누랑(婁琅)이라 하였다. 서기478년(자비왕 21) 그가 65세 때 이벌찬의 벼슬에 올라 아첨하는 무리들이 많음을 개탄하여 천재(天災)·치폐(治弊)·처경(處境)·흥인(興人)·지인(知人)·화인(化人) 등 여섯 장(章)의 상소문(上疎文)을 올리니 이 상소문은 너무도 유명했다.
어느 해 섣달 그믐날 사방에서 떡방아 소리가 요란하자 그의 부인이 “남들은 곡식이 풍부하여 떡방아를 찧는데 우리는 당장 먹을 양식조차 없으니 어찌할꼬?”하며 탄식하자 그는 태연하게 “사람에게는 수명이 있고 부귀는 하늘에 매인 것이니 오게 되면 받는 것이요 가게 되면 막을 수 없는 것인데, 부인은 왜 쓸데없는 걱정을 하시오.”하며 거문고를 당겨 방아소리를 구성지게 내어 부인을 위로 하였다. 이 방아타령은 “우식곡(憂息曲)”을 대신하여 서라벌에 온통 퍼져 즐겨 불렀다고 하며 벼슬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갈 때 거문고로 회포를 푸니 이것을 낙천악(樂天樂)이라 하였다. 박 문량은 말년에 세상일을 버리고 거문고에 전념하며 선세(先世)의 도(道)를 행하다가 종적을 감추고 나타나지 않았다. 백결선생이 조용히 숨어 살던 곳이 충효곡(忠孝谷)이고 세칭 물금리(勿禁里)이다. 백결선생의 증손이 마령간(麻靈干)인데, 선도산(仙桃山)에서 김유신( 595-673)과 김춘추( 604-661)의 스승이 되어 백결선생의 도(道)를 행하였다. 또, 신라 불교 순교자인 박 이차돈(朴異次頓)의 목을 베게 하여 불도(佛徒)를 해체시킨 사람도 마령간이다.
부도지의 내용을 율과 려, 음과 성, 음상과 향상, 5음 7조의 율려 등으로 이치를 설명한 것으로 보아, 부도지는 방아타령의 대악으로 유명한 백결선생이 지어서, 사회적으로 이름 있는 아버지 박 제상의 이름으로 전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푸른 숲. 2012.12.01.)